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사흘 만에 사퇴했다. 기가 찰 일이다. 쫓겨났다고 박수 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상처 입었다고 좋아할 정치인이 있다면 그 또한 소인배의 생각이다. 청와대보다 '교육'이 더 걱정이다. 후속인사가 다소 늦어져도 하는 수 없다. 또 펑크 나면 끝이다. 그를 밀어준 사람들은 책임짐으로써 문제를 마무리하기 바란다.
이 인사(人事)는 명백한 '부실 인사'다. 본란은 이 실패에서 두 가지를 본다. 소위 고위공직자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책임감)'가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만 썩은 것이 아니었음이 새삼 확인되는 사건이다.
이기준씨는 장남의 국적, 병역, 부동산 문제가 제기될 때까지도 버티다가 그 아들의 연세대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막판에 '돌'을 던졌다. 이게 전 서울대 총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들키면 항복하고 "안 들키면 그만"인 지도층의 이런 심리가 너무 만연돼 있는 것 같아 아프다. 비리 저지르고, 뇌물 먹고 '아직 안 들킨'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의 '불안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두번째는 청와대의 '시스템 인사'의 고장-수박 겉 핥듯 검증하고서도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외친 청와대 사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교육의 수장(首長)이라면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않고는 개혁을 논할 수 없음에도 개혁의 코드와 전문성을 빙자, 그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애써 덮은 심사위원들은 공동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새 출발을 다짐한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구겨져 버렸다. 각료제청권을 적극 행사했다는 이해찬 총리, 그를 청백리라고 옹호하며 자신들의 면책에만 급급한 청와대 간부들이 대통령 앞에서 뭐라 할 것인지 궁금하다. 결국 인재(人災)는 인재(人災)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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