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진 지음/작은 이야기 펴냄
서양고전학자인 강대진이 쓴 '신화와 영화'는 조금 색다른 영화평을 모은 책이다. 영화 속 장면을 신화 이야기에 접목시켜 재미있게 풀이한 것. 가령, 캄보디아의 정글을 통과하는 윌라드 대위(지옥의 묵시록)는 오디세우스의 '하계(下界) 여행'에 비견되고, 범인과 얼굴을 맞바꾼 수사관(페이스 오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비극 구성의 한 요소로 지적했던 자신의 존재증명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신화 속의 주인공과 같다는 식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들에 새로운 차원을 덧붙인 셈이다.
또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확장시켜주는 책으로도 읽힌다. 저자의 능숙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를 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새로운 의미를 걸치게 되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우리가 느꼈던 즐거움의 이유를 분명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영화를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반문하는 독자에게 저자는 이런 알리바이를 내세운다.
"나는,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좋았다고 느낀 관객들에게 내 해석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다만, 그 영화를 좋게 느낀 사람이 자신의 그 좋은 느낌의 원천을 깊이 찾아들어 간다면 이 해석 비슷한 것과 마주치게 되리라는 점은 틀림없다. 어떤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일 테니까."
영화 볼 때마다 저자처럼 머리를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영화 속 한 장면이 신화 속에 담긴 의미와 절묘하게 매치되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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