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출신 한광찬씨…출근 첫날 사고에 회사선 자작극 주장 '고통'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다 한들 손가락을 네 개나 잘라가며 자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시는 저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광찬(34·경주시 외동읍)씨는 지난 몇 달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리며 흥분을 삭이지 못했다.
4년여 전 중국에서 입국, 200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해 10월. 경주 외동공단 한 영세업체에 취업했다가 출근 첫날 프레스기계에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것. 상처 부위의 훼손 정도가 워낙 심해 봉합수술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입국했던 아버지(72)마저 말기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일은 더 꼬여만 갔다.
회사 측이 부친 병원비 마련을 위해 한씨가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석 달 동안 조사를 벌였다.
"산재 판정 과정의 쟁점이 제가 손을 다친 시기였는데, 만약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뒤 다쳤더라면 꼼짝없이 자해범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국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
천만다행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한씨의 부상을 산재로 판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씨와 가족이 그간 겪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해 부모님의 금혼식을 정성껏 치러드리겠다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들이 손가락이 잘린 줄도 모른 채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께 미안할 뿐입니다.
"
산재판정을 받지 못할까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는 그의 눈빛에는 조국에 대한 원망만 가득해 보였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