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의학사이-(1)법의학이란?

입력 2005-01-07 08:55:28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법의학은 고문으로 인한 박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대구지하철참사 등 가슴 아픈 사건, 사고 속에는 법의학이 늘 따라 다녔다.

채종민 경북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와 임규옥 변호사(의료전문)가 번갈아 가며 재미있는 법의학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제 집에 다왔어."

"........"

남자 친구 K군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던 L양은 의아해 하다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남자 친구가 학교의 과회식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읍내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가 끊겨 걸어 갈 수밖에 없다며 내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 갑자기 끊긴 것이다.

다음 날도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K군의 아버지는 한 번도 외박을 한 적이 없는 아들이 아무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버지는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아들을 찾아 나섰다.

학교며, 학교 동아리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 보았으나 아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가며 아들이 늘 귀가하는 국도 변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 변 한구석에 나뒹구는 아들의 신발과 함께 국도 변 풀숲에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한 것이다.

아들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돼 버렸다.

도대체 누가 아들을 살해한 것인가.

이튿날 부검을 했다.

K군의 사망의 원인은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었다.

가해 차량은 뺑소니쳐 버렸다.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것인가. 누가 진정 가해자인가. 어두운 밤길에 혹시라도 대향차(중앙선 건너편에서 마주 오는 차량) 불빛이 있다면 전혀 보이지 않는 국도 변을 걷는 보행자를 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일까.

도시 인근에 잘 닦여진 도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우리나라 국도에는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전혀 없는 것일까. 걷는 사람은 어디로 걸어가야 하나. K군의 아버지는 "가족이 자주 걸어 다니는 국도가 늘 불안해 언제나 흰옷을 입도록 하였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고 울먹였다.

담당 경찰관도 "야간의 국도 변 보행자 사고는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의학자는 국도변 보행자 교통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의학은 사체부검 등을 통해 사회의 치안유지를 위해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범인을 추정함으로써 범인검거에 도움을 준다.

이 분야는 급성 전염병예방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의학이며 '어느 한 국민이라도 억울하게 죽지는 않았나'하고 죽음을 감시하는 것이다.

불행하게 사고를 당한 희생자를 통하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게 목적이다.

희생자를 통해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면 불행한 사고는 되풀이 될 것이다.

채종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