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장비…허덕이는 119 구급대

입력 2005-01-06 11:25:41

"구급차 안에서 환자 심장부위에 자동제세동기 작동하랴, 심폐소생하랴, 약품 찾으랴, 혼자 서두르다 보면 어느새 병원입니다. 그나마 저처럼 2급 구조사는 링거도 투약할 수 없습니다." 응급환자의 안전하고 신속한 이송과 치료를 맡고 있는 119 및 사설 구급대가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하는 바람에 응급구조 시스템이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인력·장비난에 허덕이는 119구급대

지난 4일 밤 10시30분쯤 대구시내 한 소방파출소. GPS긴급구조단말기에 인명구급지령이 뜨지 않은 채 몇 시간이 흐르자 한 구급대원이 구급차 내부를 보여주면서 119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털어놨다. 이곳에는 특수구급차 1대와 2급 응급구조사 4명 등 10여명의 대원이 2교대로 근무한다. 그는 "1부에 7명(기준은 10명)으로 근근히 버틴다"며 "구급대원이 절대 부족해 제대로 된 응급구조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에는 45개 구급대, 191명의 구급대원이 있다. 소요인원 270명(2교대 기준)의 70%에 불과하며, 3교대 기준시는 214명이 부족하다. 이 중 1, 2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구급대원은 145명 뿐이며, 긴급시 약물투여 등 직접처치 자격이 있는 1급 구조사는 31명이 전부다. 2급 구조사는 아무리 위급해도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거나 목이나 허리를 고정하는 등의 제한적 처치만 할 수 있다. 현행 '구급대원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구급차 1대당 구급대원 3명은 먼 얘기다.

한 구급대원은 "구급대원 대신에 탑승한 의무소방대원은 조수석에 앉아 교통정리하기 바쁘다"며 "긴급 환자의 경우 본부 의사로부터 전화로 진료지도를 받으라고 하지만 실제로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러한 사정은 7개 소방서 직할파출소 구급대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1급 구조사라하더라도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보니 응급처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심장박동 정지환자 등에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도 1천300여만 원대의 고가여서 45대의 특수구급차 중 28대만 구비돼 있다.

◇일부 민영업체의 부실한 환자이송

대구지역에는 현재 사설구급업체 2곳과 사회복지법인 1곳이 주로 병원간 응급환자이송을 담당하고 있다. 사설구급업체의 경우 특수구급차는 10km까지 기본 5만 원, 일반구급차는 10km까지 기본 2만원을 받고 있다.

시내 한 사설구급업체의 경우 특수구급차 5대, 일반구급차 2대와 간호사를 포함 총 8명의 구급대원을 두고 있는데 이중 2급 구조사가 4명, 1급 구조사는 2명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원래는 12명을 둬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4명이 부족하다"며 "다른 사설 업체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산병원 최우익 응급의학과장은 "미국 911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응급구조사들이 상당한 수준의 응급처치를 해내고 있다."라며 "응급구조사의 확충과 전문성 제고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구 소방본부 구조구급과 관계자는 "1개 소방파출소당 월 평균 250~300여건의 요청이 들어오지만 인력이 달려 2교대 근무가 벅찬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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