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대구가 잘 사는 길?

입력 2005-01-06 11:38:26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16개 시'도 중 '꼴찌'. 대구가 1991년 이후 매년 들어온 오명(?)을 지난 해에도 어김없이 들어야 했다. 주력산업이었던 섬유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중인데다 극심한 내수침체와 고유가, 환율급락까지 겹쳐 지역민들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울산 2만1천480 달러의 3분의 1도 못미치고, 경북 1만1천157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대구 1인당 GRDP 6천302 달러는 대구 주민들의 '삶의 수준'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진실은 어떨까. 통계청은 GRDP 통계를 발표하면서 16개 시'도 모두 외환위기 이후 최초로 실질 민간소비지출이 감소했다는 단서 아래 지역별 소비지수를 밝혔다. 그 결과는 뜻밖이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대구가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생산보다는 소비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대구주민의 삶의 수준은 국내 16개 시'도 중 최상위권인 셈이다.

'1인당 생산액 꼴찌'와 '소비수준 상위권'의 부조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가가치의 생산이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생각한다면, 13년째 1인당 GRDP 최하위인 대구의 지속적인 소비수준 상위권 유지를 단순히 '과거의 영광' 덕으로 돌리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GRDP는 시'도 지역별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생산활동이 이루어지는 곳과 거주지가 다를 경우, 1인당 GRDP와 주민의 실질소득 및 소비지출 간에 간극이 발생한다.

대구권(일부 경북지역 포함)의 생산이 대구주민의 소득 및 소비로 연결되는 경제생활의 현실이 1인당 GRDP 13년째 꼴찌에도 불구하고, 소비수준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대구의 비밀이다.

따라서 대구주민을 잘살게 하는 경제'산업정책 역시 이 같은 경제메커니즘에 따라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구미~대구~경산~영천~경주를 잇는 경부고속도로에 이어 대구~포항 고속도로의 개통을 계기로 대구, 구미, 포항 간 '삼각 산업클러스터 벨트'를 조성하자는 제안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특히 △구미의 전자'IT △포항의 철강'신소재 △대구 기계'금속, 섬유는 기술의 복합'융합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업종이다. 1990년대 말 새로 입지한 공장의 61.5%, 산업단지의 88%가 고속도로 IC로부터 1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구~구미~포항을 연결하는 산업클러스터는 각 지역이 갖는 성장의 한계를 깨고, 지역민의 삶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새해를 맞아 다시 한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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