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38년째 지키는 '욕쟁이 할매'

입력 2005-01-06 10:34:06

'새재 할매집' 식당을 운영하며 38년째 문경새재를 지키는 '욕쟁이 할매' 황학순(82)할머니.

황 할머니는 지난달 15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신명이 났다. 개통식 행사를 마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회의원 등 일행 10여명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이곳을 찾았기 때문. 강 장관은 한국전력사장 시절부터 문경을 지나칠 때면 빠짐없이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할 정도로 단골이다. 이날도 예고없이 들러 할머니에게 옷과 인삼 등 선물까지 주고 간 것.

강 장관 뿐 아니다. 문경새재를 찾는 수많은 정치인들과 장·차관, 고위관료, 장성, 사업가, 탤런트 등 유명인사들이 할머니를 찾아 식사를 하고 간다. 식당 곳곳에는 이를 입증하듯 윤보선 전 대통령 부부가 식사뒤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부터 '욘사마' 열풍의 주인공 배용준씨가 지난해 5월 이곳에 들러 해준 사인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도 다녀갔다.

황 할머니는 이상배 의원(한나라당)과 이의근 경북도지사에 대한 기억이 특별나다. 이 의원은 과거 경북도지사, 서울시장, 총무처장관 재직 때 비서와 운전기사만 데리고 불쑥 나타나 "아무 거나 빨리 주세요"하며 식사를 하고 갔는데 속 정이 아주 깊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도 문경새재에서 행사가 있으면 할머니에게 꼭 들러 할머니 두 손을 잡아 주며 위로했고 최근에는 예쁜 손목시계까지 선물했다고 자랑했다

19세 때 예천에서 문경읍사무소 공무원이던 남편(1987년 작고)에게 시집 온 할머니는 45세때까지는 6남매를 키우며 집안살림만 했다. 그러다 1960년대 초반 읍장의 권유로 여관과 식당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른 것.

황 할머니는 "처음 음식장사를 했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는지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다"고 회고했다.

"음식 이래야 닭 백숙이나 더덕구이, 한정식 정도였지만 손님들이 음식맛을 칭찬한 것은 장작불 가마솥에 닭을 삶고 밥을 지으며 반찬은 조미료없이 정성스럽게 한 것이 비결"이라고 들려준다. 팔순을 넘긴 황 할머니는 지금도 시장 보는 일과, 음식 맛내는 일은 일일이 챙긴다. 지난해 6월엔 문경시 주최 '약돌돼지 양념 석쇠구이'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수줍음이 많던 할머니는 장사를 하면서 입담이 늘고 재치가 담긴 걸쭉한 욕설을 하게 돼 '욕쟁이 할머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또 신문을 매일 읽고 문경소식도 꿰뚫고 있어 '새재의 소식통'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이웃돕기에도 아낌이 없는 넉넉한 할머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사진설명 : 문경새재 욕쟁이 할머니인 황학순씨는 팔순 나이에도 잠시도 쉬지않고 식당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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