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사회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 하면 떠오르는 것이 평등주의입니다. 의사건 노동자건 국가가 정한 만큼 받는 체제를 말합니다. 그런데 실제 중국에서는 차별화가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중국을 평등사회라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엄청난 착각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가보면 비자신청 시 긴급을 요할 경우의 수속비와 보통으로 할 경우의 수속비가 다릅니다. 이를 게시판에 공시하고 있는 대사관은 중화민국대사관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일반택시의 기본요금이 120, 160, 200위안으로 차의 크기, 성능에 따라 다릅니다. 버스도 3가지 종류가 있으며 냉온방시스템 유무 등 그 질의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3, 4구간 경과 시마다 1위안씩을 추가 요금으로 받습니다.
기차역 대합실은 복잡하고 시끄럽기 짝이 없지만 따로 휴게실이 있는데 5위안짜리 휴게실은 의자와 일반 소파만 있는 데 반해 10위안짜리는 고급소파와 차도 서비스해주고 TV도 있습니다. 기차를 타게 되면 딱딱한 의자가 있는 열차 칸, 푹신한 의자가 있는 열차 칸, 침대 칸이 구분되어 있으며 그 서비스가 서로 다릅니다.
똑같은 영화를 개봉하더라도 시내중심가에 있는 극장과 변두리에 있는 극장 등 위치와 깨끗함 정도 등에 따라 극장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납니다.
어떤 사립학교는 기부금 입학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입학시험 커트라인이 97점이면 96점, 95점, 94점 맞은 학생에게만 기부금 입학자격이 부여되고 점수 차에 따라 기부금액을 달리합니다. 기숙사도 방의 크기와 깨끗함의 정도에 따라 하루에 2달러, 4달러, 6, 7달러, 10달러, 13달러, 20달러 가격이 차이 납니다.
단과대학에 따라 연봉이 서로 다르고 연구수행실적에 따른 성과급과 학장의 평가에 의한 수당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수의 연봉도 차등 지급됩니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우리는 인테리어를 다 해서 분양하지만 중국에서는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분양합니다. 왜냐하면, 각자는 각자가 믿는 풍수가 있고 자기의 고유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타이거 우즈의 골프 열기가 중국에서도 보편화했었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하는 캐디와 못하는 캐디가 받는 캐디 피가 다릅니다.
자기의 능력에 따라 차등대접을 받고, 경쟁을 통해 더 높은 대우를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앞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을 통해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체질화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 사람들의 참 모습입니다. 등소평의 위대함은 평등 이데올로기에 젖은 인민들을 미몽에서 깨우지 않고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찍 깨닫고 그것을 혁파해 왔다는 점에 있습니다.
미국 경제연구소(IIE)의 중국전문가인 대니얼 로젠(Daniel Rosen)은 중국체제의 변화를 예견한 바 있는데 "처음에는 사회주의체제에 자본주의 체제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자본주의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체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일부 존속시키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미 중국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중국투자가들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는 진념씨는 "중국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 나라다.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중국이 무섭습니다. 중국이 지난 1992년 공산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며 본격적인 개방정책을 전개한 이후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수는 약 40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많은 외투기업이 중국에 둥지를 튼 것은 중국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중국 이외 시장에서도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중국은 이제 "안으로의 세계화"를 거의 마치고 "밖으로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세계는 중국으로, 중국은 세계로" 향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전세계의 유수기업이 중국에서 뛰고 있고 중국이 이렇게 무섭게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지,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마라톤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박상태 한신평정보 사장)
박상태
△1951년 김천생 △ 한양대 졸, 건국대 대학원 경제학박사 △행시 13회, 재정경제원 대외경제총괄과장, 관세청 차장(1급) △현 한국신용평가정보(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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