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市場·리더십 국가발전 축 돼야

입력 2005-01-04 09:05:42

한국은 전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성장을 2대 목표로 정부주도의 발전전략을 구사한 구체제는 일정수준 목표를 달성하였지만 국민에게 자유를 보장해주지는 못하였다.

그리하여 진행된 민주화는 자유를 만끽하게 하였지만 국가적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여 사회통합으로 나가는 데는 미치지 못하였다.

IMF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뒤이어 정치이념적 대결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은 바른 역사발전 노력이었지만, 민주화 이후의 국가-사회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방전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새해 들어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것은 과거 체제를 지탱한 '성장경제'와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

북핵문제가 대내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지만 이것은 '대결안보'와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비전을 제대로 설정하는데 허리의 역할을 하는 기본 축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항상 허리를 고려하지 않는 희망의 머리만으로 만들어 낸 국가비전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현전략이 고려되지 않는 비전이란 허공에 뜬 유희에 불과하고, 파편적인 이해집단이 정책수단만을 강조하는 것도 정권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 과장되거나 무위로 끝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극단의 모순과 허무를 간파한 우리는 이제 국가-사회의 발전에 긴요한 역량을 제대로 가름하고 비전과 정책의 근간이 되어 줄 핵심 원동기(core motor)를 먼저 파악하고, 이 동력원을 어떻게 든든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그래야 비전의 추상성과 이익집단의 협소성에서 나오는 정책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사회의 한 세대 미래를 적실하게 논의할 수 있다.

그러한 동력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감히 시장경제체제의 정교한 보강과 탄력적 리더십의 구축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미-중을 축으로 전개될 글로벌 체제에서 살아남는 길은 역시 시장이고 기업의 힘을 기르는 방법밖에는 없다.

취약계층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도 역시 시장의 활성화에 기초한 정부의 정책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다가올 생태적 욕구도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 지탱가능성을 추구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는 시장지상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낙후되어 있는 시장메커니즘을 개선하여 가면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넓어져서, 이제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는 정부중심주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치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정부중심의 추를 시장중심으로 옮기는 작업이 지금부터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복지-환경문제를 시장으로 접근하는 노력은 역시 정치권의 정책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문제는 당연히 한국 민주주의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된다.

정경분리다 당정분리다 분권화다 하는 최근의 조류에서 관찰되는 것은 국가리더십의 허약화이다.

물론 1인의 강압적인 리더십으로 국가-사회의 방향을 유턴(U-turn)하자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의 리더십은 집합적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이어야 한다.

대통령과 행정부, 정당, 사법계, 그리고 경제-사회-문화 지도자들이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이질적인 분야별 욕구를 담아내면서도 국가-사회의 미래에 대해서 합의를 모색하여 나가는 집단적인 리더군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집단은 새롭고 혁신적인 리더인 앵떠쁘레누어(entrepreneur)들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개편되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꽃피는 가운데서도 항상 믿을 수 있는 지도자들이 경쟁하고, 그들이 새로운 국가의제를 들고 나와서 시민사회와 시장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작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념의 편향성도 다수의 경쟁하는 지도자들에 의하여 중도적 성향으로 재편되어 갈 것이다.

이해관계나 사상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무조건 백안시하여서는 안 되지만 통일을 앞두고 있는 나라에서 극단적 대립을 계속하는 것은 과거 동원체제의 잠재된 갈등과 같이 평화와 행복을 약속하지는 못한다.

이달곤 △서울대 졸, 미국 하버드대 행정학 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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