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 방화 화재' 문제점과 의문

입력 2005-01-03 17: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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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로 기록될

뻔했던 지하철 7호선 화재사건은 대구 참사를 겪었음에도 지지부진한 사후 조치와

소홀한 승객 감시가 뒤엉켜 빚은 아찔한 사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난 뒤 2003년 4월 중.장기 지하철 안전대책을 마

련하고 2003년까지 지하철 의자를 스테인리스로 모두 교체하는 등 내용을 발표했지

만 결국 늑장 대처로 시민들의 생명을 나락으로 빠트릴 뻔 했다.

◆'잘 타는' 지하철 또 말썽= 사고가 난 7017호 전동차는 의자와 바닥 등 내부

가 모두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돼 있는 구형 전동차로 밝혀져 이번 사고의 또 다른 '

주범' 역할을 했다.

이 전동차에는 신형 객차에 설치된 객차 내 화재 감지장치도 없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방화가 일어났지만 기관사는 승객이 비상벨을 누르고서야 불이 난 것을

알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광명역에서 1차 진화를 했지만 종착역인 온수역까지 오는 10여분 동안 불씨는

가연성 소재에 남아 지하철 내부를 태웠고 소방차가 온수역에 도착하기 전 5분간 객

차 3개가 모두 탔다.

◆초기 진화뒤 확인 소홀= 광명역 역무원 3명은 소화기로 사고 전동차에 난 불

을 긴급히 껐다.

역무원들은 불길을 모두 잡았다고 판단했고 전동차는 천왕역을 거쳐 종착역인

온수역으로 달렸다.

그러나 불씨는 다 꺼지지 않아 다시 살아났고 유독성 연기를 뿜으며 온수역에

진입,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객차 3칸을 모두 태웠다.

◆객차내 화재인 줄 몰랐나= 취재결과 사고 전동차가 철산역을 들어올 때부터

전동차 뒷부분에서 연기가 솟아 올랐고 기관사와 철산역 역무실 모두 이를 알았다.

철산역은 도시철도공사 종합사령실로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지만 "객차 내부인

지 승강장인지 모르겠다"고 보고했고 종합사령실은 승강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판단,

기관사에게 화재 현장을 재빨리 벗어나라고 지시했다.

종합사령실의 오판으로 결국 사고 전동차는 불이 붙은 채 3분 정도를 내달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철산역에서 광명역으로 달리는 도중 승객중 한명에 객차내 비상인터폰으로 기관

사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려고 했지만 기관사는 인터폰 벨소리만 들었을 뿐 승객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광명역에 도착해서도 전동차 후미에서 연기가 나자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은 그제

야 객차 내에서 화재가 난 것을 알고 광명역 측에 초기진화 지시를 했다.

◆철산역에서 승객 대피 왜 안 했나=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불은 철산역에 도착하기 전에 났고 놀란 승객 20여명은 철산역에 도착하자 황급히

전동차를 탈출했다.

따라서 승강장 폐쇄회로 TV를 제대로 감시했다면 철산역 측은 '전동차에 무엇인

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커 일단 승객을 대피시켜야 했다는 지적이 일

고 있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승객 안전 대책을 강구한 뒤 조치를 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철산역에서 승객이 한꺼번에 내렸지만 출근 시간이라 일상

적인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천왕역∼온수역 지연 운행= 이웃한 역인 천왕역과 온수역의 정상적인 운행시

간은 2분.

그러나 사고 전동차는 7시23분에 천왕역을 무정차 통과했다고 천왕역측은 밝히

고 있고 온수역 CCTV 화면에 따르면 8분 뒤인 7시31분에 사고 전동차가 연기를 내뿜

으며 진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평소 2분이 걸리는 천왕역∼온수역 구간을 사고 전동차가 이유없이 지연

운행을 한 셈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CCTV의 시간이 잘못 맞춰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연운행

을 했다면 기관사를 상대로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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