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지하철 출근길에
전동차에 타고 있던 50대 남자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대구지하철 참사
의 '아찔한 악몽'이 재현될 뻔 했다.
이 화재로 출근길 지하철 승객들이 긴급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의 일부가 전소되는 피해가 났다.
◆ 화재 경위 = 3일 오전 7시14분께 서울 가리봉동에서 온수 방향으로 가던 도
시철도공사 소속 7017호 전동차(기관사 금창성.37)가 철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8량
가운데 7번째 객차 바닥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목격자 윤모(67.여)씨는 "가리봉역에서 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노인석
에 앉아 있다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신문지를 펼친 뒤 물같은 것을 신문지에 뿌리
니까 불이 났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7번째 객차에 있던 승객 8명 가량이 급히 다른 객차로 피했으며, 열
차가 철산역에 도착하자마자 6,7,8량에 있던 승객 20여명이 급히 하차했으며, 이어
광명역에서 나머지 객차에 있던 승객 40여명이 하차했다.
불이 난 객차에 타고 있던 윤씨는 불을 끄는 과정에서 오른손에 1도 화상을 입
었으나 나머지 승객들은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도시철도공사는 신풍∼온수역 구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을 10시45분까지 중
단했다.
◆ 신속한 초동조치..사후확인 미흡 = 도시철도공사 사령실은 오전 7시14분 사
고 전동차로부터 "철산역을 출발하려는 데 객차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역
인 광명역에 연락, 진화 준비를 했다.
3분 뒤 전동차가 광명역에 도착하자 승객을 다 하차시킨 뒤 역무원들은 소화기
로 3분 정도 불을 껐다.
사고 전동차는 광명역 다음역인 천왕역을 7시23분께 무정차로 통과해 7시31분께
지하철 7호선 종착역인 온수역에 도착했지만 꺼진 줄 알았던 불은 6,7,8번째 객차에
서 타고 있었다.
내연재로 된 신형 전동차가 아닌 구형 전동차였던 까닭에 초기 진화에도 남았던
불씨가 광명역∼온수역으로 오는 10여분간 다시 살아나 지하철 객차를 태운 것.
사고 전동차는 불이 붙은 채 전철 2개 역을 그대로 달린 셈이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는 7시36분 온수역 차량 기지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 8시54
분께 완전히 불을 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기관사 금씨는 철산역을 출발한 직후 사령실로부터 화재 사실을
통보 받은 뒤 객차에 "화재가 났으니 광명역에서 내리라"고 경고방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사 상황 = 사고 전동차는 온수역에 정차되어 있으며 기관사 금씨와 광명역
과 철산역 역무원, 공익근무요원 등 관계자들은 경기 광명서에서 정확한 사고당시
상황과 조치과정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강력반 4개반 형사 20여명을 투입,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등산용 하의와 베낭을 맨 50대 용의자가 하차해 도주한 철산역 주변에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역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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