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새해에는

입력 2005-01-03 14:12:58

새해에는

말이 없게 하소서.

묵언(默言) 속에 현명함을 숙성시켜

눈물과 땀이 가득한 곳에

위로의 말로 다가가게 하소서.

부끄러움을 알게 하소서.

나를 내세우거나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많이 힘들고 지친 이들의 마음 속에

꿈의 씨앗을 심고 희망의 단비를 내려 주소서.

하여, 무릎을 세우고 다시 서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풀벌레 들꽃 하나라도 지극히 사랑하게 하소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궁극에 이르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감사하게 하소서.

지극한 마음으로 생명을 내 놓듯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마음을 다하게 하소서.

건강하게 하소서.

거친 일 년 속을 힘차게 달려

한 해의 끝에서도 힘이 나게 하소서.

많이 웃게 하소서.

염통이 터지고 입이 찢어져도 좋습니다.

허기지고 답답한 마음 펑 뚫리도록

자주 웃게 하소서.이상열

△시인 이상열은

전신마비 장애인 구족화가이자 시인으로 솟대문학 신인상과 본상, 한국장애인미술대전 특선 등 수상 경력이 있다.

시집 '우리 사는 동안', 산문집 '누운 사람 일어서기'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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