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담장 허물기 명암

입력 2005-01-03 12:02:11

대구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담장허물기'는 교과서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돼 담장허물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이를 따라 배우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

하지만 학교 담장허물기는 주민들과의 장벽을 낮춰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미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학교의 몫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학교 담장허물기 진척도

현재 대구에서 기존의 높은 담을 헐어내고 낮은 펜스나 나무 울타리 등으로 대체한 학교는 모두 8곳에 불과하다. 대신 2003년부터 신설되는 학교는 모두 담을 가로막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지형상 불가피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19개의 학교가 '담장 없는 학교'로 지어졌다. 그래서 현재 모두 27개의 학교가 도심 속 작은 소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담장을 허문 것은 물론 교직원 주차 공간을 야간에 주민들에게 개방해 주택가 주차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더 많은 학교의 담을 허물고 싶지만 대구시로부터의 예산 지원이 거의 없는데다 상당수의 학교장들이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담장허물기를 기피하고 있어 진척이 느리다"라고 밝혔다.

△왜 담장허물기 싫어하나

담을 허문 상당수 학교들은 밤새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큰길가에 있는 학교들의 경우 여름철에는 술병과 담배꽁초에서부터 각종 쓰레기들이 즐비하게 쌓이는 실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쓰레기를 줍는 게 일과"라며 "성숙하지 못한 시민들의 무분별한 행동에 아이들에게 시민의식을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또 일부 주민과 학생들이 먼 길을 돌아가기 싫어 학교 둘레를 따라 조성된 화단을 가로지르면서 나무와 꽃들이 훼손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담장허물기는 가로공원 조성으로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아름다움을 주는 것은 물론 단절된 경계를 없애 공동체의식을 높이고 학교폭력을 줄이는 등 교육적 효과도 크다.

대구교육청에서는 담장허물기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2005학년도에는 6억2천500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녹색학교'가꾸기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큰 나무를 둘레에 심어 학생들에게는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 푸른 나무 그늘을 제공하기 위한 것.

또 송현초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연못 가꾸기, 가로공원 꾸미기 사업 등을 진행하며 기존 담장허물기 사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학교 공원 조성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학교의 변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 노창수 대구교육청 토목담당은 "관리의 부담을 고스란히 학교에 넘긴다면 더 이상의 담장허물기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자녀들이 뛰노는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먼저 아끼고 가꾸는 자세를 보일 때 더 많은 학교의 담장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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