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텍(주) 모세 샤론 대표
"대구텍의 파업은 대구텍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빈약한 대구시의 외국인투자유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의미입니다." "대구텍이 파업하면 1월중 서울에서 열릴 대구지역 외국인 투자유치설명회가 직격탄을 받습니다." "해외투자기업들은 노사문제를 투자결정의 최우선 순위로 여깁니다. 대구의 대표적인 외투(外投) 성공기업인 대구텍의 파업은 바로 대구경제에 결정타를 날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2005년 을유년 벽두부터 파업 위기에 몰린 대구텍(주)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게 울려오고 있다. 지난 연말, 대구텍(주)의 모세 샤론 사장을 만났다.
◆ 한국적인 노사현실이 낯설어
그동안 대구텍 노조의 봉급인상 17%, 성과급 330% 요구에 회사측은 봉급 10%와 성과급 200% 지급을 제시한 상태. 여기에 노조는 산별노조(=금속노조)의 기본협상에 가입하라는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대구를 방문한 대구텍의 모사인 이스라엘 이스카사의 스텝 베르타이머 회장은 향후 3억~5억달러 추가투자 계획을 갖고 있지만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지속될 경우 다른 나라로 투자처를 바꿀 수 밖에 없다"고 천명한 터여서 위기감은 도를 더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에서 '산별노조 가입'이라는 핫이슈는 대부분 노사갈등이 겨울잠을 자는 동절기 대구텍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들도 대구텍의 향배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해마다 생산시설을 늘리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노조가 사원들의 복지나 급여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별노조 가입에 서명하라는 노조의 주장과 한국적인 현실(Korean reality)이 상당히 낯섭니다(strange)."
◆ 대구텍은 아직 베이비 컴퍼니
올해 대구텍의 매출은 2천억원. 투자는 150억원에 이른다. 지난 3년 동안 외형은 2배로 커졌다. 정규직 800여명, 비정규직 100여명, 외주업체 관계자가 200~300명으로 늘어나 고용창출에도 한몫을 했다. 매 2개월마다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지난해 동종업계 최초로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수출주도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은 꽃과 같습니다. 꽃을 잘 돌봐주고 물도 주고 해야 꽃을 피우고 열매룰 맺듯이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세 샤론 사장은 대한중석초경에서 '대구텍'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는 '베이비 컴퍼니'라며, 잡아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냉혹한 국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 올해처럼 경영에 위협을 느꼈던 적은 없어
"그러기 위해서는 숏텀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대구텍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절삭공구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중합금진동소자, 파우더 그리고 산업용 제품. 이 시장을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20~30개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소비재산업이 아니어서 영업 거래선을 뚫으려면 몇 년씩 걸립니다. 어렵게 시장을 확보했어도 잃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여태까지 그런적은 없었지만 올해는 그룹본사도 주주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
모세 샤론 사장은 그동안 노조가 많이 협조하고 노력해주었지만 최근 2~3년새 한국의 노사문제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드라마티컬하게 흐르고 있다며 큰 걱정을 한다.
"앞에서 트럭이 달려온다면 받히거나 피해가는 방법 외에 해결책이 없지 않느냐"는 주관적인 견해를 밝힌 그는 "노조가 국내 뿐 아니라 해외고객까지 생각하고 깊이있는 선택과 협상을 해달라"고 바란다.
투명경영과 투명재정으로 회사가 하나도 숨기는 것이 없다"는 그는 "스몰샷으로 다 줘버리고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노사협상의 성공이냐 실패냐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사업장이 대구여서 행복해요
지난해 대구텍의 전력설비 증설문제가 불거지자 대구시가 마치 호랑이처럼 한전과 산업자원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장증설의 걸림돌을 제거해준 것은 아주 공격적이면서도 아이디어가 넘치는 접근(idealistic approach)이었다고 돌아보는 그는 그런 대구에 본사가 있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부부가 대구에서 함께 사는 그는 공장내 벚꽃길과 월드컵 경기장 부근을 좋아하고 주말에 된장찌개를 직접 끓여먹기도 한다.
"더 높이 오르려면 땀을 더 많이 흘려야합니다. 또 관습과 문화가 다르지만 차이점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주어야합니다."
대구경제를 살리는 보약이 될 외국인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대구텍이 오늘 겪고 있는 파업문제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 최적의 선택을 하루빨리 내려주기를 바란다.
◆ 대구텍은?
대구텍의 전신은 대한중석이다. 80여년 역사를 지닌 대한중석은 텅스텐 수출로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 알짜 국영기업이었으나 1994년 공기업민영화로 거평그룹에 인수되었다가, IMF 때 거평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1998년 이스라엘의 세계적 절삭공구기업인 IMC그룹 이스카사가 8천5백만달러로 인수했다. 그 뒤 대한중석초경에서 '대구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구텍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20여개 주요 국가에 지사와 대리점 망을 갖추고 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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