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하는 최모(38·대구 달서구)씨는 눈 깜짝할 사이 2만 원을 사기(?) 당했다. 지난달 말 오후 정장을 차려입은 40대 남자가 들어와 커트를 해 달라고 했다. 이 남자는 휴대전화를 한 통 받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서울에 가야 하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대구공항까지 갈 택시비 2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동네 미용실을 하는 처지에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최씨는 "잘 다녀오라"는 말까지 건네며 2만 원을 주었다. 그 신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차비 좀 빌려달라'는 길거리 사기꾼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역이나 버스 터미널뿐만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이웃사람처럼 속여 1만~2만원씩 가로채고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은 '속았다'는 씁쓸함 때문에 속상해 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 이모(33)씨도 지난달 17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30대 후반의 남자가 아기를 업은 채 다가와 "강원도에 가려는데 돈이 없어서 그러니 5천 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기저귀 가방까지 든 모습이 불쌍해 이씨는 1만 원을 주었다. 하지만 돈을 받아든 그 남자는 큰길 쪽이 아니라 주택가로 총총히 사라졌다.
회사원 정모(37)씨는 얼마 전 수성구 범어네거리 부근에서 승용차를 주차하는데 20대 중반 여자가 다가와 "전라도 순천에 가려는데 차비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든 정씨는 "마침 광주로 가는데,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 여자는 우물쭈물하더니 "따로 가겠다"며 바삐 사라졌다.
홍재호 대구경찰청 공보실장은 "이 같은 구걸 행위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다른 이득을 받기로 약속한 것이 아니어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시민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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