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입법 처리 무산 이후 열린우리당내 지도부
인책론이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부영(李富榮) 의장의 거취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원내전략의 최고 책임자인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1일 새벽 국회 본회
의가 끝난 뒤 국보법 연내처리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원내부대표단
도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강경파가 주도하는 지도부 인책론의 '칼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
대표인 이 의장까지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강경파의 주장은 한나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주화론(主和論)'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장이 적어도 4대 입법 무산과 관련해서는 천 원내대표보다도 더 큰 책
임이 있는만큼 응당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의 한 핵심의원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당이 개혁과제를 관철
시키지 못한 것은 이 의장이 야당과의 교섭과정에서 당론을 임의로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이 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책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당 중진들은 이 의장 사퇴시 예상되는 당내 혼란을 이유로 이
의장의 '잔류'를 설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이 사퇴할 경우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해야 하지
만, 이 의원이 의장직 승계보다는 동반 사퇴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에 비상대
책위원회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비대위 구성 자체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비대위 구성이 당내 혼란을 가중
시킬 수 있다는게 상당수 중진들의 생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장이 사퇴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
문제는 이 의장의 사퇴 이후 이미경 의원이 승계를 거부하고, 비대위 체제가 출범할
경우 전당대회까지 3개월간 강경파 몇몇에 의해 당이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당권파 의원들도 이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파의 한
의원은 "이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은 강경파 10~2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와 함께 당직 사퇴를 선언한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도 "원
내대표 이상 당 개편은 어렵다"며 "이 의장은 전당대회까지 당을 끌어주셔야 한다"
고 말했다.
이 의장 사퇴 여부에 대해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3일 오전 상
임중앙위원회에서 지도부가 총사퇴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 의장을) 적극
적으로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 만류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이 의장은 의견 표명을 자
제하고 있다.
이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고, 만류하는 분들도 있
기 때문에 더 논의해서 결단을 내리겠다"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상급기
구인) 중앙위원회의에도 부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의장의 사퇴를 포함한 여당 지도부의 전면 교체 여부는 상임중앙위원회
가 소집된 3일 오전이 돼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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