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남권 물류 중심지' 급부상

입력 2005-01-01 11:33:00

대구 성서1차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인 호성기공 정규승 대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지난 한 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5년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개통 때문.

"지하철역에서 공장까지 걸어서 10여 분이면 올 수 있습니다. 일손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죠. 전국 어느 공장지대를 둘러봐도 이만한 여건을 갖춘 곳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새해 성서공단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 대표 얘기처럼 성서공단은 물론 대구권 내 모든 공업단지가 '인기덩어리'다. 지하철 2호선 개통에 대구 통과 고속도로가 잇따라 뚫리면서 '물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구만큼 편한 곳도 드물다. 대구가 새해 국토 동남권의 중심으로 '도약'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구로, 대구로!

최근 대구시는 경남 창녕에 있는 미국계 차부품회사 공장을 성서4차산업단지로 유치했다. 고출력 시동모터 및 발전기에서 20%, 저출력 시동모터 및 발전기에서 13%가량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대구의 장점'을 알아봤다. 물류가 편하고 우수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현재 경남에 있는 이 회사의 본사도 대구로 끌어온다는 계획.

지난해 입주신청을 받은 달성2차산업단지에는 321개 업체가 44만9천여 평을 신청, 계획된 국내기업용 공장용지 30만 평을 크게 초과했다. 대구의 장점이 부각된 것.

달성2차단지를 분양받은 한 기계업체 대표는 "2008년 중부내륙고속도로 구미~현풍 구간이 완공되면 구미와 지근거리가 되고, 대구-김해 고속도로를 통해 부산 가덕도 신항과도 직결된다"라며 "대구권 인구가 350만 명 가량돼 인력을 구하기 쉬운 것도 대구권 공장을 인기있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분양신청 접수 당시 달성2차산업단지를 10만 평만 분양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며 "대구가 장점이 많은 도시라는 점을 기업인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올 9월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접근성'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성서공단의 경우, 공장지대인데도 불구하고 땅값이 평당 180만 원에서 250만 원에 이른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공장 매물도 거의 없고 매물이 나와도 금방 팔려나간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 성서공단은 인력수급 측면에서 엄청난 장점을 갖게 된다"며 "지하철역 주변 공장들은 인력을 구할 때 벌써부터 '역세권'이라고 홍보한다"고 했다.

◇왜 대구인가?

지난해 말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내년엔 대구-김해 고속도로가 뚫린다. 2008년엔 중부내륙고속도로 구미-현풍 구간이 개통, 구미산업단지와 달성산업단지가 이웃이 되면서 집적효과가 기대되고 수도권과의 거리도 단축된다.

포항간 고속도로, 김해간 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는 1시간 거리 내에 항구를 두는 물류중심지가 된다.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것은 물론, 북경· 방콕 등 6개의 국제항공노선을 갖추고 있어 중국·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해외 바이어 유치에서도 대구는 유리하다.

수도권 대비 30% 정도 저렴한 인건비도 장점. 대구경북 내 대학이 51개에 이르고 수능 평균성적이 전국 최고를 기록할 만큼 교육여건도 좋은 편이다.

2007년엔 봉무동에 외국인 학교가 개교된다. 외국인 임직원들의 교육부담을 덜 수 있다.

대구전시컨벤센터와 8개의 특급호텔, 오페라하우스 등 다양한 인프라도 기업이 올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다.

2006년까지 동구 봉무동 일원에 36만 평 규모의 패션·어패럴밸리가 조성되고 2009년엔 달성군 다사읍 일대에 38만 평에 이르는 세천지방산업단지 조성이 끝난다. 또 19만 평 규모의 삼성상용차 부지도 첨단 산업단지로 만들 계획을 대구시는 갖고 있다.

◇새해 문 여는 공단

대구 두 번째 첨단기업 집적단지인 성서4차산업단지 입주업체들의 공장건축이 잇따르고 있어 이르면 올해 상반기쯤 첫 제품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성서4차산업단지 입주가 확정된 21개 기업 중 (주)맥산시스템과 일진테크원은 지난달 15일과 20일 각각 공장신축에 들어갔고, (주)아바코와 (주)윔스, (주)휴먼텍스, (주)태양기전 등 4개 기업은 이달 착공할 계획이다. 나머지 15개 기업도 2월 중 공장신축에 들어간다.

모두 12만 평 규모인 성서4차산업단지는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가 올 10월 준공할 계획이었으나 신속한 공장신축과 제품생산을 바라는 입주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이미 '전기' '통신' '상수도' 등 기반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산업용지 중 현재 남아 있는 7필지 2만1천여 평에 대해서는 1, 2월 중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일반분양을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수시로 분양접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1년부터 첨단기업 12개 업체가 차례로 입주를 시작한 성서첨단산업단지(성서3차산업단지 내) 3만2천여 평의 경우,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전체 매출 1조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어 '대구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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