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은 아무래도 눈꽃산행 만한 게 없다. 눈꽃산행의 최고는 덕유산. 이곳에선 눈이 오지 않더라도 하얀 '눈꽃'을 볼 수 있다. 서리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다. 아침 일찍 산에 오르면 눈꽃이든 상고대든 실패없이 백痔?장관을 볼 수 있다. 올 겨울 같은 눈가뭄 속에서 마냥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도 지쳤다. 편안하게 눈꽃산행을 할 수 있는 덕유산으로 떠난다.
올 겨울 들어 추위다운 추위가 닥쳤던 지난 24일. 성급하게 덕유산으로 향했다. 날이 풀릴 것이란 기상예보에 주말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상고대마저 볼 수 없을 것이란 걱정때문이었다.
아침 6시30분 무주리조트의 왼쪽 슬로프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밤새 뿜어낸 인공눈이 얼어붙어 아이젠 없이는 곤란하다. 인공 눈이 만들어내는 눈보라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고대의 황홀경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정도 발품은 투자해야 한다.
2시간의 등산 끝에 곤돌라의 종점인 설천봉(1천522m)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잘 닦여진 등산로로 15분 거리. 급한 마음에 정상으로 향했다. 5분쯤 오르디 차츰 여유가 생긴다. 우려와는 달리 맞바람을 안은 오른쪽으로 나무들이 하얗게 상고대를 덮어쓰고 있다. 오를수록 상고대의 두께는 두터워진다. 서서히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손놀림도 빨라진다. 주목과 구상나무 가지들마다 하얀 산호초를 달았다. 길 옆 풀잎과 계단에도 어김없이 상고대는 붙어있다. 백색의 향연이다.
등산로 옆으로 조금만 비켜서면 상고대 터널이다. 눈이 부신 환상적인 터널. 눈이 가는 곳마다 온통 흰색뿐이다. 정상에 올라서서야 순백의 눈부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날이 흐려 전망은 좋지않다. 날씨가 좋으면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계룡산, 무등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조망이 일품이다.
눈이 내린 주말에 덕유산을 오르면 소담스러운 눈꽃을 볼 수 있다. 눈꽃산행은 상고대와 달리 오후라도 상관없다. 올해는 1월 중순쯤이 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린 눈이 조금씩 조금씩 쌓인 이후라야 눈꽃산행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리조트의 슬로프로 오르는 길은 아침일찍 상고대를 보기 위한 편법이다. 덕유산의 일반적인 등산코스는 무주구천동 삼공매표소에서 시작해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을 오르는 길이다. 약 8.5㎞. 3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겨울등산이 부담스럽다면 향적봉을 쉽게 오르는 방법도 있다. 무주리조트(063-322-9000)에서 운행하는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10시부터 운행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한겨울이라면 오전11시 정도까지는 상고대를 볼 수 있다. 대신 떠오르는 햇빛에 반짝이는 상고대의 아름다움은 포기해야 한다. 곤돌라 탑승료는 왕복 1만원, 편도 6천원.
상고대, 눈꽃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은 백련사로 되돌아가거나 곤돌라를 타고 하산해도 된다. 곤돌라는 오후 4시까지 운행한다. 기상상태에 따라 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찾아가는 길
대구에서는 88올림픽고속도로를 이용해 함양까지 간 후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덕유산IC에서 내리는 것이 무주IC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다. 덕유산IC 통과 후 좌회전해 11km를 가면 사산삼거리. 이곳에서 우회전해서 12km를 더 가면 무주리조트다. 대구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맛집
무주에는 민물고기인 자가미를 넣고 죽을 끓인 어죽이 유명하다. 약간은 얼큰하면서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다. 무주읍 읍내리 무주군청 뒤편 금강식당(063-322-0979)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어죽식당이다. 금강식당 주인 김정순씨가 귀띔해주는 어죽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가미의 내장을 빼내고 푹 삶아서 뼈를 발라낸다. 자가미 삶은 국물에 쌀을 넣고 끓이다가 고추장을 풀어넣고 쌀이 익을 때쯤 수제비를 떠 넣는다. 여기에 대파, 다진 마늘, 생강 등 양념을 넣으면 담백한 맛의 어죽이 완성된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지난 1월 중순 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의 눈꽃터널.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하면 쉽게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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