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여야의 미국통으로 최근 활발한 의원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의용(鄭義溶)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을 초청해 부시 2기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북핵 해법, 바람직한 한미공조 방안 등을 놓고 대담을 가졌다.
정·박 의원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통신사로 갔다가 상반된 보고를 했던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에 비교된다.
두 의원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사회자―이상곤 정치2부 차장대우
대담자―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
사―최근 두 분이 대미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부시 2기 정부의 동아시아 전략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정―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기본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문제가 관건인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현상 유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기조다.
북핵문제를 위해 한·중·일 세 나라의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박―세 나라의 협력과 관련, 미국은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취하고, 일본과는 경쟁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부시 1기는 아시아보다는 유럽·중동 문제에 더 관심을 쏟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인 이라크 문제가 진정되면 아시아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사-부시 정부의 외교안보진용이 라인업을 마쳤다.
이들의 성향을 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국무장관이 바뀌었으나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국무부를 비롯한 외교부 라인 전체가 기존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외교·국무 라인은 북에 대해 조심스런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실제로 부시가 북을 다루는 데 있어서 6자 회담 틀을 벗어난 적이 없고, 이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미의회 인사들인데 이들을 만나 보니까 한국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6개월 내에 북한 문제에 대해 가닥을 잡아야 악화되는 미의회 내 여론이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사―그렇다면 미국 외교라인의 정책 변화는 없다는 것인가.
정―문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확산이다.
이 두 가지 이념이 확산되면 세계적 이익과 미국 국익에도 도움된다는 것이 미국의 근본적인 신념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익을 공화-민주로 구분하기보다는 그때그때 국제적 상황에 따라 주변국들에 전하는 메시지가 강화되거나 완화되는 가변적 성향을 띤다.
따라서 미국은 영토적인 야심보다는 자신들의 이념적 가치를 확산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설파하는 기본적 가치 목표를 공유하면 우방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국익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미 양국 관계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건 간에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한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박―최근 국회 대미방미단으로 가서 느낀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압박만 하겠다는 강경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인 변화를 통해 북한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려 국제적 협상의 틀로 나오게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북한 인권법 문제도 북의 인권보다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사―그러나 미국의 강경기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지난번 노 대통령의 LA 발언으로 한미공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현재 한미 간에 북핵문제를 놓고 이견은 없나.
박―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
특히 LA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리 있을 수는 있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무리 전략적으로 감안해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다시 말하지만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이라크 파병 등 어려운 문제가 잘 해결돼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다며 미 행정부 인사들이 만족해 하고 있다.
한미공조에 대한 우려는 양국 정부의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노 대통령의 잇단 대북 발언은 한미 고위 관계자들이 긴밀한 협조하에 조율을 거쳐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외교부의 고위층도 미국과의 대화가 잘된다고 한다.
청와대와 백악관 간 회신이 잘되고 즉각적인 교신도 자주 하고 있어 미국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국이 평화적 해결 기조를 깨뜨리지 않는 한 미국은 절대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
다만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이에 대한 방어 전략에 있어서는 한미 간 시각차이가 있는데 이 같은 문제도 인도적 차원에서 원조를 통해 북한을 세계무대로 인도한다면 풀어질 것이다.
박―미국의 행정부 인사들은 한미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의 대통령이 자꾸 다른 기조의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다.
한미 간 견해차가 분명히 있고 국익도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솔직히 털어놓고 정치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고 대화를 통해서만이 신뢰가 더욱 공고해진다.
최근 한국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미국이 이를 잘 이해 못하는 측면도 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과거의 맹목적 동맹시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런 고전적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서로 상대방에게 접근해야 하며, 의원들의 외교 활동은 이 같은 정치적 문제 해결에 단초가 될 수 있다.
사―북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의 북한 침공까지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부시 정부의 해법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는 이라크 문제에 발목 잡혀 있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라크 문제가 해결되면 북미 문제가 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미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미국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서서히 성숙·발전하고 있고 예전의 한국처럼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선진 한국을 인지해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같이 한국을 이해하게 된 배경은 이라크 전쟁 책임론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기가 하락한 미국에 대해 한국은 예전과 같은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난 9·11사태를 미국인 시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9·11 같은 테러를 당했다면 이라크를 어떤 시각으로 봤을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도 노 대통령의 LA 발언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대통령이 고도로 생각하고, 미국하고 어느 정도 조율을 한 후에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박―북핵 문제와 관련, 대화만 가지고 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대화로 풀 수 있었으면 벌써 풀렸을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북핵문제는 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풀 수 있다고 본다.
6자회담에서 5자 연대를 통한 압박도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경제적인 인센티브 감축을 들 수 있다.
또 핵규제와 관련한 국제 협약을 한반도에 적용해 북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미티지 미국무부 장관에 따르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지고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군사력 규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적 노력이 실패하면 결국 군사적 제재로 갈 것'이란 해석이 많은데 그 중간 단계에 많은 조절 장치가 있다.
일례로 개성 공단을 들 수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개성 공단의 완벽한 실현을 위해서도 북핵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데 북한도 이 같은 인센티브를 무조건 포기하면서까지 핵문제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대화에 진전이 있고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면 북미관계는 긍정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으면 미국은 압박의 강도를 계속 높일 것 같다.
정―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경제·정치·군사적 제재가 있다.
군사적 측면은 가능성이 희박하니까 논외로 보고 문제는 경제적 옵션이다.
옵션들이 얼마만큼 북한에 실효성을 안겨 주는가의 문제인데 북이 워낙 오랫동안 고립돼 있어 추가적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 북한을 더 코너로 몰고가 엉뚱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또 정치적 수단도 신중해야 하는데 5자 연대는 이미 이뤄지고 있고 5자 간 이미 합의된 이야기는 북한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것이다.
2005년 말까지는 완전하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북핵 폐기하고 국제 감시기구 하에 두는 것)으로 결말지어져야 한다.
사―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데 4차 6자회담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나.
박―우선 올해가 북핵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는 6자회담을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하고 하반기부터는 북한이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압박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적 공통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대화와 함께 압박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북 대응책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미, 남―북 간 솔직한 정치적 대화가 없었는데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대화가 필요하다.
정상회담이 최고의 정치적 대화인데 이는 자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메울 수 있는 마련책이 절실하다.
정―북핵 문제는 가능하면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무리를 해서라도 2005년 중에는 북핵문제에 대한 키워드가 나와야 한다.
사―북핵문제와 관련한 대화 진전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되는데….
정-미국도 자신들이 마련할 최종 전략이 경제 및 정치적 해결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자꾸 조건을 걸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이는 시간벌기용이다.
더 이상 북한도 시간 끌 명분을 상실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이제야말로 남북이 대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번 대통령의 LA 발언을 두고 북한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도 있었지만 이런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의용 의원:46년생. 미국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외무부 통상국장. 駐제네바대사.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박진 의원:56년생.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박사. 대통령비서실 해외공보비서관.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16·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리·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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