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함께살기-'미토콘드리아 근육병'박득일군

입력 2004-12-29 17:10:21

"득일이가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잇따른 교통사고로 손 허리 등을 크게 다쳐 사회활동을 포기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정찬(45'상주시 냉림동)씨는 자신의 장애보다는 하나뿐인 아들 득일(14'상주중 1년'사진)이가 앓고 있는 병 때문에 가슴이 멘다.

다리 근육세포가 조금씩 굳어져 가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마는 '미토콘드리아 근육병'이라는 희귀병이 아들의 몸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병 치료에 필요한 약조차도 개발되지 않아 독일에서 들여온 치료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아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줄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박씨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은 내색하지 않은 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신문배달을 하는 득일이의 착한 마음씨다.

득일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상주 시내에 있는 매일신문 지국에 들러 1시간가량 신문을 배달한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득일이로서는 자전거 페달을 밟기조차 힘들어 길거리에 멈춰서길 수십 차례. 득일이는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키우고 마음을 다잡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있었다.

"배달을 하는 동안 나중에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찰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완쾌해 축구선수가 될 겁니다. 배달로 버는 돈은 약값에 보태기도 하고 반찬거리를 살 수 있으니까 힘들어도 괜찮아요."

득일이가 신문배달로 버는 돈은 한 달에 4만~5만원. 비록 보잘 것 없는 돈이지만 득일이에게는 희망과 의미를 가득 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이 득일이에게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 듯했다. 단지 득일이는 아버지의 허리가 빨리 완쾌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장애를 입은 아버지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은 자신의 고통보다는 서로를 먼저 걱정한다. 박정찬씨는 "정부에서 보조되는 40만 원으로는 득일이의 한 달 치료비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득일이가 완쾌돼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부정(父情)을 전했다.

득일이의 담임인 최환선 교사는 "성격이 밝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고통과 어려운 가정형편을 드러내지 않는 의지가 강한 아이"라며 "그동안 득일이는 효행상과 봉사상, 축구 우수선수상을 받았으며 올 연말에는 학교에서 주는 '아름다운 친구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라고 했다.

22일 득일이는 두 달 만에 서울 삼성의료원을 찾았다. 매달 병원을 찾아 치료하고 약을 받아와야 하지만 지금의 가정형편으로는 한두 달을 건너뛰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득일이의 소망이 내년에는 꼭 이뤄지길 간곡히 기도하고 있다. 054)534-0966(득일이네 집), 054)533-1082(상주중 교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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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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