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덕 한국주택금융감사
서울 사는 대구·경북 사람이면 누구나 대구·경북을 걱정한다.
지역 출신으로 세칭 잘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첫마디가 지역 걱정이다.
과거 힘깨나 쓴 원로들도 마찬가지고 아직 입신하지 못한 소장층도 고향 걱정에는 빠지지 않는다.
전국에서 가장 경제활동성이 떨어지고 자꾸만 쇠락해지는 고향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다시 살아날 방책을 말하는 이는 드물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당장 공장 몇 개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탓이다.
김경덕 한국주택금융감사도 고향 걱정이 많다.
경북도를 거쳐 83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껏 서울에서 살아온 출향인사이지만 여전히 대구 사람임을 내세운다.
지금은 끊었지만 하루 3갑까지 피우던 골초 시절에는 아예 대구서 담배를 사오기도 했다.
친구와 가족을 만나러 아무리 못 가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대구행 기차를 탄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부터 다가온 대구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다.
부산이나 광주 대전 어디보다 활기가 떨어지는 대구·경북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고향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잘나가던 시절 대구·경북의 원로들이 무엇을 했는가'라는 목소리에 같이 흥분하기도 한다.
그는 "대구·경북의 침체는 결국 유연성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전국 팔도의 피란민들이 모여 그들의 다양성이 대구·경북 고유의 역동성과 합쳐지고 게다가 정권을 창출한 지역일 때는 대구·경북은 활기찬 도시였다.
그러나 피란민 1세들이 사라지고 정권에서 소외되면서 대구는 유연성을 잃고 경직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 출신으로 서울 와서 잘나가던 사람들은 서울사람으로 변신하고 대구는 대구사람만이 살게 되면서 도시의 폐쇄현상이 가중됐다.
경직성은 결국 모든 것을 시들게 하고 만다"고 대구의 오늘을 진단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경북이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이색적인 제안을 한다.
우선 서울 사는 대구·경북사람들을 대구와 경북에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고향방문 행사를 만들든지 출향인사 초청행사를 하든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대구와 경북을 자주 찾게 하자고 한다.
서울 사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발걸음과 관심을 대구와 경북에 모아야 한다고 한다.
나아가서는 서울 사는 각계각층의 은퇴한 인사들을 대구와 경북에 와서 살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은퇴 후 고향 대신 서울이나 인근 경기도에서 사는 출향인사들의 노년을 안타까워한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고향에 쏟아내게 해야 한다고 한다.
"도시의 유연성이 하루아침에 이뤄집니까. 타지역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출향 인사들이라도 대구와 경북이 받아들여 닫힌 도시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 서영관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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