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4-12-23 12:23:20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나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김시태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너무 많이 지나쳤습니다.

탐욕에 찌든 나날들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망가졌습니다.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한 잘못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세상은 온통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는 오늘을 용서해주소서. 너무 많이 외롭고 너무 많이 쓸쓸합니다.

너무 많이 그립고 너무 많이 배고픕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첫아이를 보았을 때 기도하던 아빠와 성당의 종소리가 살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살게 하소서. 눈 나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세월의 눈길 위에 찍힌 흙 묻은 발자국, 그 못난 생김새를 아주 찬찬히 돌아보게 하소서.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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