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시네마뷔페… 맛 좀 볼까
최근 3년 동안 겨울 극장가는 판타지 세계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 시기 영화팬들을 양분하다시피 했다.
이들이 사라진 2004년 겨울 극장가는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한다.
극장가의 최대 대목인 만큼 고만고만한 기대작들이 대거 스크린에 걸리는 것. 그들이 떠난 왕좌는 누구의 차지가 될까. 화려한 겨울 극장 속으로 떠나보자.
◇영웅 대 영웅
지난 15일 개봉과 동시에 국내 박스오피스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린 영화 '역도산'(송해성 감독)이 올 겨울 개봉하는 한국영화 대표선수라면, 오는 30일 한국팬을 찾는 '알렉산더'(올리버 스톤 감독)는 외화 대표선수라 할 만하다.
양키를 혼내주는 레슬러로 일본의 국민영웅이 된 역도산과 10대부터 13년 동안 거의 매일 전쟁을 치르면서 단 한 번도 패배의 쓴잔을 마시지 않았던 대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의 한판 대결…, 기대되지 않는가. 또 전작 '파이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헤집고 다니며 마니아층까지 형성한 신예 송해성 감독과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복잡한 심리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세상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 영화의 특색은 비슷하다.
단순한 영웅담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등 감독의 목소리가 뚜렷하다는 점. 역도산은 최고의 신사와 비열한 모사꾼 등으로 엇갈리는 평가에 대해 선을 그으려고 하지 않는다.
평가는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몸 하나로 시대를 관통하며 살았던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알렉산더 역시 그가 독재자였는지 영웅이었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꿈을 좇는 인물'이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 끝까지 나아갔던 알렉산더만이 있을 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화를 위해 거구로 변신했던 설경구와 나카타니 미키 등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콜린 파렐, 안젤리나 졸리, 발 킬머, 안소니 홉킨스 등으로 호화진용을 꾸린 알렉산더 팀의 연기 대결도 볼 만하다.
◇화려한 액션과 어드벤처
영화가 다른 장르에 비해 탁월한 점은 CG를 바탕으로 깐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다는 것. 스펙터클한 영상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어드벤처물은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올 겨울 극장가에는 액션과 그래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가 풍성하다.
첫 테이프는 할리우드의 흥행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는 '내셔널 트래저'(존 터틀타웁 감독·31일 개봉)가 끊는다.
현대판의 보물섬 같은 이야기를 미스터리 구조 안에 녹인 액션 블록버스터. 최근 내한했던 니콜라스 케이지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담긴 비밀을 풀어 보물찾기에 나선 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린 액션물이다.
내년 1월 7일에는 3년 만에 '사기' 드림팀 오션스 일레븐이 다시 뭉친다.
이번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라는 호화진용에 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합류하면서 제목이 '오션스 트웰브'(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로 바뀌었다.
영화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 베네딕트의 금고를 털어 1억6천만 달러의 거액을 나눠 가진 3년 후 이야기. 멤버 중 누군가가 베네딕트와 내통하면서, 원금에 이자까지 붙여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할 수 없이 다시 한 번 엄청난 한탕을 모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내달 14일에는 미루고 미뤘던 개봉을 드디어 하게 된 '월드 오브 투모로우'(케리 코란 감독)가 대미를 장식한다.
CG로 아름답게 꾸며진 1939년의 뉴욕을 배경으로, 만화 풍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SF액션 모험물인 이 영화는 제작 기간만 6년이 걸린 데다 주드 로, 귀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화려한 스타 군단이 출연, 더욱 기대를 모은다.
◇크리스마스는 감동과 동심의 세계
올 크리스마스 극장가는 애니메이션이 단연 눈에 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4일 개봉)과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세계로 돌아온 로버트 저메키스의 '폴라 익스프레스'(23일 개봉)가 크리스마스 진검승부를 펼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색채와 상상력을 고밀도로 버무려놓은 신작 애니메이션. 인간의 이기심과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이라는 하야오의 전통적 주제를 웅장한 화면과 음악에 실었다.
반 알스버그의 동화에 애니메이션의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인 '폴라 익스프레스'는 산타의 존재를 믿지 못하던 소년이 북극행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면서 잃었던 꿈과 희망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퍼포먼스 캡처' 방식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동화책처럼 환상적인 화면은 이 영화의 주 감상포인트.
두 애니메이션이 펼치는 감독의 주제의식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무너뜨린 아름다운 색감과 영상미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목소리로 만나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톰 행크스가 산타 목소리 연기를 한다.
또 이 배우는 퍼포먼스 캡처 방식을 통해 1인 5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마법사 하울의 목소리를 인기 가수이자 배우인 기무라 타쿠야가 맡았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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