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신비한 마술의 세계

입력 2004-12-22 15:06:58

"사기꾼이긴 사기꾼인데 남들에게 웃음을 주잖아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인지 모른다.

하지만 김현경(26·여) T.G Magic 학원 원장은 자신과 같은 마술사를 그렇게 소개했다.

그만큼 마술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올곧다.

"마술사와 사기꾼은 둘다 남을 속이잖아요. 하지만 마술사는 사기꾼같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기분을 나쁘게 하지는 않아요. 달리 말하면 마술은 기분 좋은 사기죠." 남들이 자신의 마술을 보고 하얀 미소를 보일 때 마술할 맛이 난다는 김 원장. 그녀를 만나기 위해 T.G Magic 학원을 찾았다.

학원에 들어서자 마치 사진관에 온 듯 검은 커텐에 울긋불긋 조명들이 이색적인 공간임을 짐작케 한다.

10평 남짓한 조그마한 학원 한쪽에 앉아 열심히 도구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김 원장. '부드럽고 선한 인상에 어떻게 남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만큼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변화를 좋아하고 쾌활한 성격에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다보니 마술이라는 코드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한때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방문 교사였다.

우연히 접하게 된 마술을 계기로 4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어엿한 전문 마술사란 칭호를 듣는다.

"마술시범을 보고 '바로 이거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부터 마술 동호회에 가입해 갖가지 마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각종 마술 공연을 관람하고 마술사들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마술원서를 사서 보기도 하고…. 몇 년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독학으로 익힌 그녀의 마술 실력은 프로 마술사로 전환해도 좋을 만큼의 경지에 올랐다.

최근 JCMA(일본컵마술상) 코리안매직페스티벌 특별상 수상이 그것을 증명한다.

"국내에선 이은결 마술사를 좋아하고요. 외국에선 미국의 제이슨 번이나 일본의 무토 게이코를 존경해요. 그들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술사가 되는게 꿈이죠." 당찬 각오만큼이나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곳 학원은 그녀가 운영하지만 단순히 그녀만의 공간은 아니다.

이곳에는 그녀의 듬직한 보좌관(?)이 둘씩이나 있다.

이영우(21), 강병채(21)씨가 그들이다.

고교 동창인 영우씨와 병채씨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미에서 맨몸으로 대구에 올라온 겁없는 신세대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취미로 마술을 하다 어느날 갑자기 마술사가 너무 되고 싶어 대학교를 휴학했어요. 이곳저곳 알아보다 이 학원을 알게 됐죠."

어찌보면 좀 무모한 것 같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고 진지하기만 하다.

"걱정도 없진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맘껏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오히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큰 듯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여러 마술들을 배워요. 소위 말해 도제방식이죠." 특히 영우씨는 대구에 온 후 외모 덕분에 '대구의 이은결'이라는 애칭 하나가 생겼단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T.G Magic 학원은 아직 홍보가 덜 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알음알음 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꽤나 바쁘다.

칠판에 빼곡이 채워진 수업과 공연 일정, 그녀는 요즘 눈코 뜰새 없다.

"사람들이 점점 더 새롭고 참신한 놀이문화에 목말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략 20여명. 유치원생부터 나이 지긋한 60대 할아버지까지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연령층 만큼이나 동기도 갖가지. 재미나 취미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단다.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 애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배운다는 60대 할아버지가 있는가하면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배운다는 자상한 아빠들도 있단다.

간혹 좋지 않은 의도로 배우려는 짓궂은 사람들도 있다.

김 원장은 "몇 달 전의 일이었어요. 한 50대 아저씨가 저희 학원에 와서 카드 마술만 배우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아보니 노름할 때 활용하기 위해서라더군요. 한달쯤 배우다 안돼서 포기하고 갔어요"라며 '깔깔깔' 웃음을 터트린다.

김 원장은 이런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사양이란다.

"마술이란게 방법을 알면 별거 아니지만 모르면 정말 신기한 거잖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과 인내가 있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마술을 단순히 남을 속이는 행위로 폄훼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상해요." 그녀는 외국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술을 하나의 유쾌한 놀이문화로 받아줄 것을 바라고 있다.

문의)053-256-2291, 011-9562-4100.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사진: T.G Magic 학원의 3총사(왼쪽부터 이영우씨, 김현경씨, 강병채씨)들이 발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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