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대나무 우듬지와 가지들이
휘었습니다
앞산의 소나무 숲은
일만 개의
희고 둥근
섬을 이루었습니다
내 마음의 침엽수림도 비로소
남해의
희고 둥근
多島海가 되었습니다
이제사 나에게
첫눈이 내린 것이지요
이진영 '첫눈'
첫눈은 언제 내릴까? 젊은 날 당신은 그리운 사람과의 약속을 첫눈 오는 날로 잡아두고 두근거렸던 때가 있었으리라. 한겨울인데 개나리 진달래 시나브로 피고, 동지섣달인데 양지녘 자목련 꽃망울 부푼다.
기후마저도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첫눈은 갓난 아이 속살처럼 부드러운 것, 어찌 적의의 칼끝을 빳빳하게 치켜든 침엽수림 위에 내릴 수 있겠는가. 대나무 우듬지의 넉넉하게 휘어진 정경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마음 가난한 이여, 그러나 슬퍼 말라. 희고 둥근 당신의 다도해에는 지금도 첫눈 소리 없이 내리고 있으리니.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