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올 창업시장 明暗

입력 2004-12-20 16:16:07

'바닥'에서도 대박은 있었다

지독한 불황이 이어졌던 2004년. 창업시장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경기를 역이용, 대박을 터뜨린 창업주들도 많았다. 오늘을 잘 살펴보면 내일이 보이는 법. 올해 창업시장의 명암(明暗)을 되돌아봤다.

◇이런 것은 떴다

올해 창업시장의 최대 이슈는 '과연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느냐'였다. 가격파괴를 두고 나온 말.

이 같은 경향은 외식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올 한 해 본지 창업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창업주도 가격파괴에 성공한 사례. 창업 1년도 안돼 40여 곳의 가맹점을 낸 달감치킨을 보자. 이 곳은 통닭값을 4천900원까지 끌어내렸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성호 달감치킨 대표는 "대구에서 출발한 달감치킨이 부산'울산 등을 거쳐 수도권 및 대전으로도 진출하고 있다"며 "불황 트랜드를 맞춘 매운맛과 저가를 내세우는 아이템은 향후 몇년간 인기를 끌 것"이라고 했다.

역시 창업 수개월만에 60여 곳의 가맹점을 낸 고향정 보리밥 부페도 3천500원이란 싼 가격에 '푸짐한 뷔페'를 제공,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1천 원 김밥, 1천 원 샌드위치 등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가격파괴는 외식업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공통 키워드였다. 본지 창업면에 소개했던 리모델링 전문업체 굿하우스. 이 곳은 다른 업소보다 30%가량 가격을 내리는 방법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웰빙 아이템'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햄버거에 슬로우푸드 개념을 도입한 번햄즈버거가 인기를 끌면서 본지 창업면에 소개됐고, 강원도 토속음식 개념을 도입한 칼국수 메뉴를 내세운 진배기옹심이칼국수도 창업 몇달만에 성공궤도에 진입, 창업면을 장식했다.

김경숙 김천소상공인지원센터장은 "웰빙 열기에 맞춰 자동차외형 복원전문점, 청소대행업, 건강'비만관리형 헬스클럽 등도 나름대로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며 "내년에도 웰빙과 가격파괴를 등에 업은 업종이 매출신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창업전문지인 창업&프랜차이즈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장 75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선전했던 업종별 아이템을 조사한 결과, '치킨'(15명)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그 다음은 삼겹살(9명), 김밥(6명)이었다. 서비스업은 웰빙열풍을 반영한듯 미용'피부관리(24명)가 가장 많았고, 판매업에서는 유아용품(9명)이 가장 인기있었던 아이템이었다.

◇이런 것은 아쉬웠다

올해 창업시장에서 가장 충격을 많이 받은 아이템은 외식업종에서는 고깃집, 판매업에서는 의류점이었다. 불황이 닥치면서 소비자들이 비싼 것을 먹지 않았고 새옷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창업&프랜차이즈 조사에서도 외식업분야에서 가장 고전한 종목이 고깃집(12명)으로, 판매업에서는 의류점(12명)으로 나왔다.

문제는 내년. 가맹본부장들은 올해 고전한 업종이 내년에도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고 대답했다.창업 전문가들은 '베끼기 관행'이 가장 극성을 부린 것도 올해였다고 입을 모은다. 잘된다 싶으면 유사상호를 써 '공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국내 창업시장의 구조적 요인도 베끼기 관행을 확산시키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큰 인기몰이를 한 불닭의 경우, 불닭이란 이름으로 프랜차이즈를 하는 업체만도 수십여곳에 이른다. 임현철 영남외식컨설팅 대표는 "메뉴 베끼기는 물론 상호까지 베껴가는 관행이 심각했던 한해였다"며 "'자기것'을 갖지 못한 업소는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