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한 그릇이 위안 된다면…"

입력 2004-12-20 09:56:18

'복순루'강동한씨 650그릇 무료 급식

19일 중구 교동의 중국음식점 '복순루'에서 자장면 650여 그릇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가 열렸다.

10여평밖에 되지 않는 음식점이 손님들로 붐볐고, 문 밖에서 수십여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손님들은 평소에도 무료급식에 의존해 생활하는 노숙자나 형편이 극히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오후 2시쯤 준비한 자장면이 동나면서 끝났다.

수요일과 일요일 무료급식이 없는 날에 이곳에 들러 1천원짜리 자장면으로 한 끼를 때운다는 노숙자 김모(46)씨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지만 이곳 자장면 한 그릇이 삶의 위안이 된다"며 "직접 말을 건네본 적은 없지만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장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노숙자와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1천원짜리 자장면을 팔아온 주인 강동한(33)씨는 "사연을 듣고 이름 모를 분들이 보내준 성금이 20만원이나 모였다"며 "어떻게 쓰면 보다 좋을지 고민하다 저에게 음식 만드는 기술을 배워 독립한 분들과 친지들이 주방일과 손님 접대를 도와주겠다고 나서 이날 행사를 열게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다먹고 밖에 내놓은 그릇에 남아있는 음식을 먹는 노숙자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싼 자장면을 팔기 시작했다.

음식점 내부도 온통 낙서로 도배를 했다.

내부가 너무 깔끔하면 혼자 와서 먹는 노숙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

강 사장은 "지저분해 보인다는 손님도 있지만 마치 시골 막걸리집 같아 마음 편해하는 것 같다"며 "비록 적은 액수지만 후원금을 주는 분들이 줄을 잇고 있어 이런 행사를 다시한번 해야 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연히 들러 1천원짜리 자장면을 먹고 간 한 스님이 남긴 글귀가 강 사장의 가슴에 무척 와 닿는다고 했다.

'백년을 부끄럽게 사는 것보다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라.'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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