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격퇴

입력 2004-12-20 09:56:18

한국 3-1 독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강한 팀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올해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약한 팀에 쩔쩔매 축구 팬들을 실망시켰던 한국 대표팀이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정예 멤버로 무장한 '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을 격침시켰다.

한국은 이날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왼쪽 윙 미드필더 김동진의 선제골과 '본프레레호 황태자' 이동국의 결승골, 올림픽팀에서 올라 온 스트라이커 조재진의 쐐기골로 미하엘 발라크의 프리킥골로 맞선 독일을 3대1로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7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6승3무1패를 기록했고 1994년 미국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잇따라 패했던 독일과의 역대전적에서 2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낚았다.

또 한국은 한일월드컵 후 내리 손상당한 월드컵 4강국의 자존심을 한껏 일으켜 세우며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을 앞두고 파란불을 켰다

반면 지난 16일 일본을 3대0으로 대파하고 기세등등하게 한국으로 건너온 독일은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하고도 태극전사들의 기세를 꺾지 못한 채 무너졌다.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후 4승1무 끝에 첫 패배를 맛봤다.

한국 축구가 최근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희망을 찾은 명승부였다.

해외파 주전멤버를 소집하지 않고 국내파 젊은 선수들로 전열을 구성한 한국은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예봉을 꺾으며 기동력을 앞세운 역습으로 완승을 일궈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골 결정력 부족도 말끔히 씻어냈다.

이동국, 김동현, 차두리를 스리톱으로 가동한 한국은 전반 초반 차두리, 박규선의 오른쪽 측면돌파로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독일은 플레이메이커 발라크의 예리한 공수조율로 맞섰다.

포문은 올림픽호 전사 김동진이 열었다.

김동진은 전반 16분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을 뚫고 올린 크로스가 독일 수비수 머리에 맞고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으로 흐르자 전광석화같은 왼발 논스톱슛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독일은 전반 24분 발라크가 미드필드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 감아차기로 한국의 오른쪽 네트 구석을 절묘하게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후반 초반까지 독일은 파상공세를 폈으나 골을 추가하지 못했고 한국은 이동국의 한방으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본프레레호에서 7골을 몰아넣고 있던 이동국은 후반 25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다 떨어진 볼을 재빠르게 몸을 돌려 오른발 터닝슛으로 연결, 오른쪽 골네트 상단을 세차게 흔들었다.

독일은 후반 39분 페널티킥을 얻어내 다시 동점을 만들 수 있었으나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다.

이운재는 독일 키커 발라크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뚫어보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네트로 빨려들던 킥을 막아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41분 교체멤버 조재진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차두리의 크로스 패스를 골문 앞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짜릿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사진: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서 열린 한국과 독일 축구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서 김동진(사진 왼쪽)과 이동국(가운데), 조재진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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