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 집단사의 표명은 다목적 포석인듯

입력 2004-12-18 10:22:34

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군 검찰 간부들이 사상 초유의 집단 보직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수사의지 관철 외에 다양한 목적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 검찰단 소속의 군 검사 3명은 1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외부와 전화접촉을 끊고 있어 군 수뇌부는 물론,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비칠 수 있는 이번 집단행동의 정확한 의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이 모 TV방송과의 회견에서 특정인의 장성 진급을 돕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토록 한 혐의로 육군본부 이모 준장과 장모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윤광웅 국방장관이 결재하지 않아 보직해임 요청서를 냈다고 밝혀 외압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밝혔다.

이 준장과 장 대령은 물론, 육군 수뇌부의 불법 혐의를 포착했는데도 법률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윤 장관이 수사를 방해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2일 육본 인사참모부를 압수수색하고 영관 및 장성들을 소환해 진급비리의 몸통을 밝히기 직전 단계까지 갔는데도 윤 장관의 제동으로 수사를 더 이상 진척시킬 수 없게 되자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군 검찰은 국방부 등의 수사 방해와 비협조 실태를 언론에 공개,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를 계속 진행시켜려 했음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군 검찰의 대외적인 태도나 군내 역학관계 등을 감안하면 이 추론이 맞을 수도 있으나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여론몰이 수사' 중단을 언급한 노 대통령의 지시를 전면 거역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를 계속 끌고가기보다는 끝내기를 위한 모양 갖추기 차원에서 집단행동에 나섰을 개연성이 더 커보인다.

육군의 심장부 격인 인사참모부를 압수수색하고 장성을 공개 소환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해온 이번 수사에서 당초 의심했던 '뇌물진급' 사례가 전혀 포착되지 않자 막판 탈출구 마련 차원에서 집단해임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무리한 수사를 질타하는 비난여론이 비등하기 전에 외압에 의해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면 군 검찰은 '부실수사'의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의 법적 증거능력을 부인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군 검찰은 인권유린 시비를 낳은 철야조사를 통해 공문서 위조 진술을 확보한 다음 중령 2명을 구속시켰으나 대법원에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결이 나자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 향후 예상되는 부담을 피하고 싶은 욕심에서 집단행동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군 검찰이 어떤 목적을 노리고 군 안팎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온 집단행동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사태는 본인들은 물론, 군 검찰조직에 결코 불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모두 소령 계급인 이들 중 2명은 조만간 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전역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국방장관과 대통령에 맞선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군내 부패척결을 위해 앞장선 인물로 평가받는 등 유명세를 타고 왕성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 체제로는 정상적인 수사가 힘들다는 부분을 이번 기회에 집중 부각시킬 경우 군 검찰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군 사법개혁작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금도 소령인 군 검사들이 현역 4성 장군을 구속하고 영관과 장성을 수시로 소환하는 마당에 유일한 견제장치인 장관 및 차관의 구속영장 결재 권한마저 없앤다면 군의 지휘체계는 극도로 문란해질 것으로 우려해 군 검찰의 완전한 독립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군의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국방부가 이들의 사의표명 제의를 수용한다면 장성진급 비리 의혹 수사는 전면 중단된 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만 가열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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