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자 이준동씨…인어공주·오아시스 등 제작 참여
영화제작자 이준동의 나우필름 사무실은 영화라는 단어가 풍기는 화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영화제작사 사무실을 구경하겠다는 욕심으로 보면 아예 초라하다. 영화제작사 상당수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 신사동의 여타 제작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서울생활 이제 4년이라는 그의 옷차림새 어디에서도 연예인의 매끈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사가 화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그는 "주연배우와 감독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면에는 돈을 모으고 흥행에 가슴을 졸이는 제작자의 피말리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대신 설명한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희망과 축복이지만 산모의 피로 물든 산실은 땀과 눈물로 범벅될 수밖에 없음일까.
그가 만든 인어공주의 주연 여배우 전도연은 이달 초 대한민국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그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시사회 당시만해도 대박을 점친 사람들이 많았는데 막상 상영에 들어간 시점에 흥행에 좋지 않은 일이 터졌다.
'제작 이준동'의 이름으로 처음 만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운 지 그의 휴대전화에는 5개월여 전 보내진 문자메시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흥행정도를 예측하는데 빠끔한 어느 제작자가 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메시지 내용은 "300만이면 섭섭한가요?"였으나 "결과는 비밀"이라는 그의 말로 미뤄 아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듯하다.
그래도 그는 "다음 영화제작에 돈 댈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무례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실망하지 않는다. 인어공주 외에도 '오아시스'와 '그 섬에 가고싶다'가 그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모두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주연배우와 감독은 이름을 날렸다.
영화제작사를 차린지가 2년여에 불과하고 제작자로서는 단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이사다. 이사로서 그의 최근 관심은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다. 거대 영화제작사와 자본이 한국영화계를 좌지우지 하다가는 소재의 일률성으로 한국영화계 전체를 몰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천600여개에 이르는 영화제작사중에 일년에 한편을 만드는 영화사가 손꼽을 수준이지만 제작사의 난립이 오히려 소재의 다양성을 가져온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전자제품 매뉴얼 제작 사업가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그가 영화에 뛰어든 건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과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대구 연극계의 대부 이필동과 영화감독이자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이 그의 형들로 영화에 대한 애정은 당연히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
"영화는 환타지 입니다. 당연히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그는 제작자로서 느끼는 영화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영화만큼 출력이 우수한 예술 장르가 있습니까"
서영관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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