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직장男, 눈물겨운 '성형붐'

입력 2004-12-17 12:27:58

늙어보이면 자리 '불안'…중년男 성형외과로

대구시내 모 회사 영업부장 권모(45)씨는 일주일 전 성형외과를 찾아가 눈 밑에 처진 주름살을 제거하고 광대턱에 난 점을 뺐다. 150만 원을 들인 권씨는 "수술 후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도 "은근한 조기퇴사 압력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성형까지 해야 하나"라며 씁쓸해했다.

명예퇴직·조기퇴사 압박에 시달리거나 재취업에 나선 40, 50대 중년 남성들, 이른바 '사오정' 세대들이 성형외과를 기웃거리고 있다.

'늙어 보여 무기력하다, 신뢰가 안 간다'는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얼굴 주름살을 펴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대구 ㄱ 성형외과에는 이번 겨울 들어 하루 3, 4명의 중년남성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체·관공서에 근무하면서 사내 경쟁에 시달리는 중견 간부들이나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연 신규창업자들. 눈 밑에 처진 주름살을 제거하는 '눈꺼풀 성형술'이나 늘어진 피부를 당겨주는 수술, 보톡스 주사, 검버섯 제거수술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해 말 퇴직금으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차렸다는 김모(51)씨는 "가뜩 동년배보다 4~5살 많아 보여 고민했는데 '늙은 사람이 가게에 있으면 애들 손님이 안 온다'는 주위의 말에 충격을 받고 주름살 제거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ㅅ 성형외과 관계자는 "눈썹사이의 주름(일명 '오메가 라인')을 펴거나 홀쭉한 볼에 '필러제'를 넣어 팽팽하게 보이는 수술도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특히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가게를 창업한 남성들은 한 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처럼 낮은 콧대를 높이거나 턱을 깎거나 모발 이식을 받고 싶어하는 중년남성들도 많다.

모 기업 중견간부인 이모(54)씨는 "성형수술 사실이 알려질까봐 타 지역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다"며 "사내회의 때도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에 내심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앤송성형외과 김덕영 원장은 "성형외과 병원 문을 두드리는 중년남성들의 상당수는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이들"이라며 "젊어진 외모만큼이나 내적인 자신감도 회복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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