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너 크레인 지음·서미석 옮김/한길사 펴냄
패션에 있어 늘 소수의 패션리더들에게 주목하기 쉽지만 사실 의복이란 개인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첫 만남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는 패션 자체가 아니라 패션을 통해 사회 변화를 통찰하고자 한다. 기존에 의상을 다루는 책들이 주로 패션 리더들에 주목한 것에 반해 이 책은 일반 서민들의 패션으로 사회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어느 시대에 어떤 패션이 유행했느냐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그 옷을 입게 된 개인적, 사회적 동기는 무엇인지가 이 책의 관심사다.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는 대표적인 패션중심국인 프랑스, 미국, 영국 세 나라에서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일어난 패션문화와 사회적 변화의 관계를 8장으로 나누어 추적한 책이다.
19세기와 20세기는 각각 다른 의미에서 패션사에 있어 의미있는 시기였다. 19세기만 하더라도 유럽에선 분명한 계급이 존재했고 의상은 그 계급을 나타냈다. 당시 노동자계급은 의상이 가정 재산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결혼 당시 마련한 의상을 일생동안 간직하며 활용해야 했다. 노동자계급은 의상 구입을 위해 계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지만 상류계급은 쉽게 의상을 구할 수 있었고 유행 패션이 생겨날 수 있었다. 19세기 말이 되면 의상은 점차 저렴해지고 그 결과 의상은 탐닉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것을 저자는 '의상의 민주화'라고 말하고 있다. 이 당시부터 모든 사회계급이 비슷한 종류의 의상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류 및 중류계급의 것으로 간주되던 의상들이 노동자 계급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민주화가 일어난 반면 각종 제복이 등장하면서 의상이 오히려 계급차별을 강화하고 사회적 통제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 패션의 흐름이 계급문화에서 소비자문화로 바뀐다. 의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19세기 산업사회에는 계급이었으나 20세기 세분화된 사회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여가생활이다. 이제 의상은 대중음악과 영화, 도시의 여러 하위문화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 시작하면서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여성과 남성 의상의 차이다. 사회는 가정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조했지만 의상은 모순적이었으며 여성들은 끊임없이 대안 복장을 착용함으로써 그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언어적으로 저항했다. 현대 여성들의 평상복인 바지를 입기 위해서 여성들은 100여년 간 투쟁해왔던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 복장과 결합된 품목에는 성별의 경계에 도전한 의미, 특히 여성 독립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왔다. 저자는 마지막장에서 패션잡지 '보그'를 중심으로 패션잡지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늘 꺼내입는 옷 속에는 우리의 잠재된 심리의식이 들어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그 사람의 직업, 취향, 가치관, 생활양식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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