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패체험 手記에 비친 한국인 자화상

입력 2004-12-17 11:33:42

"어글리 코리안 오, NO!"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캐나다 여성 A씨는 불법체류자라는 자신의 약점을 악용한 학원장의 횡포를 절절히 경험했다.

당초 계약에는 개인 방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계약이행을 요구하자 학원장은 불법체류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다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취업비자를 받으려고 했으나 학원장은 이에 필요한 고용포기각서를 써주지 않으며 괴롭혔다.

지방대학 영어강사인 B씨는 원어민 영어강사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주택보조금을 부동산 투기에 전용하는 대학직원의 기막힌 재테크 방법을 목격했다.

보조금을 관리하는 학교 직원이 외국인 강사에게 지원되는 주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매입한 후 집값이 오르자 되팔아 큰 시세차익을 올린 것.

이는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정성진)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부패체험수기 공모'에서 드러난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는 부패를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중병에 걸려 있었다.

취업비자 없이 입국해 모 회사에 근무한 한 미국인은 문제가 생기면 뇌물로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봤다.

자신의 불법취업을 알게 된 출입국 공무원이 단속을 나오자 고용주는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를 뇌물을 달라는 의사표시로 여기고 돈봉투로 접근하더라는 것. 이 미국인은 "이 과정에서 실제로 뇌물이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알면서도 법을 어기고 매우 일상적으로 규칙을 무시하면서도 전혀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한국인의 문화와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했다.

이러한 원칙무시, 도덕감 결여 관행은 이들의 눈에는 도처에 널려있었다.

지방대 강사인 한 미국인은 "대학이 교사 재훈련 프로그램에서 본교 졸업생들에게 유리하게 성적을 매기도록 유도했다"라며 비리가 대학에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한국인은 친절하고 정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과 사용자들이 별다른 죄책감 없이 크고 작은 뇌물을 받는 현실은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라며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엄격한 처벌과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원칙의 확립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