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라인강의 기적'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던 독일 경제가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의 하나로 교육의 붕괴를 든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노벨상의 45%는 독일인이 받았고 자연과학 논문의 80%는 독일어로 쓰여졌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인 과학자도, 철학자도, 경제학자도 드물다.
교사와 교수는 정년을 보장받는 국가공무원이고 학교 간 차별성도 경쟁도 없이 모든 대학이 '하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3년 시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의 '학업 성취도 국제 비교(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취도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이고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 비교(TIMSS)'에서는 수학 2위, 과학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상대적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실시한 세계대학평가 결과 100위 안에 들어가는 한국의 대학은 아예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서울대는 고작 1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왜 어릴 때는 공부를 잘하다가 대학에 진학해서는 성적이 떨어지는가. 우리 교육도 또 다른 형태로 독일과 같이 '하향평준화'를 걷고 있지는 않은가 뒤돌아 볼 때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수능시험 성적표를 받아 든 수험생과 교사들조차 대학과 학과 선택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사회탐구 영역의 선택과목만 11개, 선택과목 여부에 따라 원점수가 같더라도 표준점수는 큰 차이가 난다.
표준 점수에다 백분위 점수까지 계산해야 하고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전형방법까지 꼼꼼히 살펴보아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로또시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국민적인 혼란을 계속 겪어야 하나. 수능시험 폐지론마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교육당국은 기회만 있으면 공교육 정상화를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과외를 없애 사교육비를 줄이고, 제도와 교육과정 개선 등을 통해 교육의 기회 균등을 이루겠다'라는 교육당국의 목소리는 결국 올해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학벌위주의 교육을 타파하고 사교육비 경감책으로 마련했다는 현재의 입시제도마저 이 지경이 돼버렸지 않은가. 교육당국은 수능시험이야말로 수험생의 능력을 계량화할 수 있다며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평가의 적정성과 체계적인 검증 노력은 도외시한 채 밀어붙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떤가. 학교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관행화됐고, 학생과 학부모 및 학교는 오로지 수능 고득점을 목표로 매진하는 기형적인 교육현실을 만들어 놓았다.
논술과 면접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또 다른 과외가 성행하고 수백만원짜리 논술과외까지 받는 현실이 돼버렸다.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공교육은 존립을 위협 받기에 이른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에 처음 적용된 새 입시 제도는 결국 '하향평준화'로 이끄는 제도란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대입시제도는 수도 없이 바뀌었다.
제도라는 것은 너무 자주 바뀌어서도 안 되며 누구나 알기 쉽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그러나 고등수학 풀이 같은 지금의 시험체계와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시험은 더 이상 곤란하다.
수능시험을 예전의 예비고사나 학력고사와 같이 고교과정의 기본 소양을 테스트하는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학생선발권은 대학 자율에 맡기자. 더 이상 학생들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내몰지 말라. 홍석봉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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