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상인들, 울산 부산에 러브콜

입력 2004-12-17 10:05:05

사적지 연계 이벤트 모색…市는 뒷짐만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 이후 대구 관광객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경주의 관련업계가 "포항·영덕에 빼앗긴 것을 부산·울산에서 만회하자"라며 이들 지역을 상대로 경주 홍보를 강화하는 등 '남진(南進)'전략을 펴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주는 옛날부터 울산하고 어울렸지, 포항과는 담 쌓고 지냈다"라는 등의 구연(舊緣)까지 들먹이며 친근감을 표현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상인들 비상 '남쪽'으로 러브콜, 관(官)은 태평=보문단지 입구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한현섭(42)씨는 상권으로 따지자면 경주는 울산, 부산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손님의 30%가량이 울산에서 오고 부산·경남도 울산과 맞먹을 정도"라고 했다.

불국사 앞에서 식당과 여관을 경영하는 김모(55)씨도 "수학여행객을 빼면 경주의 가장 큰 고객은 울산·부산 사람들인데도 이들에 대한 서비스나 배려가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경주의 일부 대형 업소들은 자체 홍보전단을 만들어 울산에 배포하기도 하고 울산, 부산, 경남권 행정관청과 대학 및 관광관련 업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주홍보 활동을 벌이는 등 자구책을 펴고 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상인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경주시의 분석은 전혀 다르다.

공무원들은 "대구시민들의 포항 편중은 일시적 현상이고 얼마 못 가 경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이런 생각은 "포항에 뭐 볼 게 있나", "죽도시장 회맛을 감포와 비교할 수 있나", "경주에는 불국사, 석굴암, 보문단지, 콘도가 있다"라는 등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불리하다=지금부터 내년 5월까지는 횟감과 대게 성수기다.

새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 쪽으로 가는 대구시민들의 대다수는 "근거리에서 싸고 싱싱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호기심 때문'이라는 경주 측 분석을 무색케 한다.

포항진입 부분의 체증이 심하다고 하지만 경주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감포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경주의 약점이고 포항의 강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11월 이후 4월 이전까지와 여름철 당일치기 나들이객 유치에서는 포항권이 경주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이 시기에는 경주와 포항의 양분 또는 포항 편중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경주권 대안=경주지역 상인들은 '이벤트 마련'이 경주상권 보호·유지를 위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식당업주 이모(64)씨는 "겨울철에는 안압지 공연이나 보문단지 야외공연이 모두 쉬는 탓에 손님발길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라며 엑스포광장을 이용한 대규모 스케이트장 개설이나 겨울철에 맞는 연예인 상설공연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포항권 업소들이 대구∼포항 고속도로 요금영수증 지참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주톨게이트 영수증 지참자나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울산·부산지역 시민들에게 사적공원이나 사찰의 입장료 및 음식값 등에 일정률 할인제를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