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족 두번 울리는 국민연금

입력 2004-12-17 09:17:27

"8만 원이 전부라니…."

지난 11월 말 뇌질환으로 남편을 잃은 이모(44·여)씨는 며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찾아가 유족연금을 신청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가 받을 수 있는 연금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배우자인 이씨에게 매달 지급되는 17만여 원과 두 아들 앞으로 각각 1만 원씩 지급되는 금액까지 합해 19만 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곧 이씨는 국민연금제도 '의무가입'이 되고, 공단 측은 11만 원의 고지서가 발부될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 연금공단을 찾아갔는데 연금액수에 다시 한번 절망감을 맛봤습니다.

"

15평 남짓한 반지하에서 이불재료를 만드는 가내 수공업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이씨는 요즘 경기침체로 소득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씨를 더 서글프게 하는 것은 공단 측의 까다로운 확인절차였다.

"사망확인서를 가져가니까 누군가의 가해(加害)로 인한 사망이 아닌지 알 수 없으니 이웃에게 확인서를 받아놓으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숨졌는데 이웃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수령 절차도 까다롭기 짝이 없다.

우선 이씨는 유족연금지급 청구서, 사망경위서, 사망진단서, 사망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자임을 입증하는 서류 등을 제출하고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입증 서류, 대표자선정서, 제3자 가해 신고서, 손해배상 합의서 등도 내야 한다.

현재 44세인 이씨는 앞으로 5년간, 즉 49세까지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그러다가 1년은 못 받는다.

유족연금은 배우자 사망 후 5년간, 그리고 배우자가 50세가 된 이후에 지급된다.

만약 재혼을 하거나 사망하면 더 이상 유족연금도 없다.

2023년 이씨가 63세가 되면 유족연금과 자신의 연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보장하고 국민을 살리는 제도가 아니었던가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심한 것 같네요."

국민연금제도 안내책자에 '유족연금이란 가입자나 수급자가 사망할 경우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던 유족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매달 지급하는 연금'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현실이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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