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외계미인 스피시즈

입력 2004-12-15 16:53:31

팔등신 외계 금발미녀 완전 나신 길거리 활보

가장 에로틱한 외계인은 누굴까. 외계 생명체도 종족을 번식하니, 당연히 암컷이 있을 터 아닌가. 그러나 외계 생명체는 가공할 위력으로 인해 영화에서 대부분 수컷으로 설정되곤 했다.

에로틱 SF 무비의 경우 에로틱은 대부분 지구 여성 몫이었다. 외계 수컷에게 돌진에 나신으로 뛰어 도망가면서 관객에게 에로틱함을 선사했다. 그만큼 외계생명체를 에로틱하게 담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SF호러 무비 '스피시즈'(1995년)는 두 마리를 모두 잡은 영화였다. '스피시즈'는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편(1998년)에 이어 올해 3편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실'(나타샤 헨스트리지)은 완벽한 형태의 여성이다. 여기서 '완벽한'이란 뜻은 영화 '시몬'에서 알 파치노가 컴퓨터로 만들어낸 여인 '시몬'과 비슷하게 인간의 관념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형태의 여성이다. 미국인들이 만들어내다 보니 금발에 8등신 여성상이 됐다.

어느 날 외계에서 메시지가 날아온다. 외계 생명의 DNA를 합성할 수 있는 공식이었다. 미국정부는 비밀리에 시험에 착수해 반인간, 반외계인인 아기가 탄생한다. 그애가 바로 '실'이다. 원래 '실'은 코드네임이다.

인간과 달리 엄청난 속도로 세포증식을 하자, 실험진은 '실'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나 엄청난 위력을 가진 '실'은 방탄벽을 뚫고 탈출한다.

'스피시즈'는 70일만에 만들어진 B급 영화다. 처음 소개될 때는 '에이리언'의 저급 아류작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에로틱 + 호러의 공식이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실'의 에로틱에 목을 맨 영화다. 그래서 상당부분 나신으로 나오고, 섹스신도 여러 번 나온다. 종족번식의 본능을 위해 건강한 남자를 찾아 헤매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모델 출신의 나타샤 헨스트리지가 '실'을 맡았는데, 그녀의 깡마른 나신은 눈부셨다. 신선한 마스크에 표정없는 얼굴, 완벽한 형태의 외모가 피도 눈물도 없는 '외계 미녀'에 더없이 맞아 떨어졌다.

인간이란 외피에 초연(?)하다 보니 완전나신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나 결국 옷을 걸치기는 하지만, 건강한 남자를 보면 벗어버리니 관객은 더없이 볼만한 에로틱 호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에로틱한 외모는 인간의 탈을 벗은 외계인 모습일 때도 마찬가지다. 등에 촉수를 단 부드러운 곡선의 몸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날씬한 허리 등 비록 끔찍한 살육을 자행하는 외계인이지만, 에로틱한 컨셉으로 인해 '에이리언'과 또 다른 맛을 선사했다.

'실'의 디자인을 맡은 이가 스위스 태생의 디자이너 H.R.기거다. 그는 '에이리언'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음울하면서, 어둡다. '실'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투명한 젤리형의 피부로 인해 더욱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에이리언'과 다르다면, 좀 더 여성의 곡선을 담은 것이다. 잘록한 허리에 부드러운 히프라인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메두사처럼 헝클어진 머리 촉수도 '긴머리 그녀'를 연상시킨다.

'실'의 종족 보존, 모성 본능 등도 여성의 가진 미덕이다. 1편은 비교적 주제도 선명하고, 볼거리도 많았다. 그러나 2편, 3편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시리즈물이 그렇듯 상투적이 된다.

2편까지는 나타샤 헨스트리지의 매력으로 인해 덜하지만, 3편에선 그녀마저 초반 잠깐 얼굴을 비치고는 사라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3편은 '실'이 딸을 낳고 죽는다. 그 딸이 사라다. 사라는 그녀를 보호하려는 연구생 딘(로빈 듄)에게 사랑을 느낄 정도로 진화한다. 불완전한 형태의 외계생명체도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 수컷에게 강간을 당할 뻔하기도 한다. 결국 그만큼 인간화됐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아닌가. 촉수가 남자의 성기처럼 그녀에게 돌진하는 것도 우습고, 사라역의 여배우(서니 마브리)가 2002년 데뷔한 신인인 것은 좋은데, 미국의 전형적인 틴에이저를 연상시킨 것이 결정적으로 맛을 반감시켰다.

물론 기거는 1편에서만 제작에 참여했다. 나머지 두 편은 전편의 흥행에 힘입은 전형적인 속편이다. 모든 속편이 그렇듯 긴장감 떨어지는 전철을 이들 영화도 그대로 밟고 있다. 그래서 3편은 극장 개봉도 못하고, 올해 미국에서 비디오로 바로 출시됐다. (에로영화전문가)

사진:스피시즈의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미국에서 출시된 '스피시즈 3'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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