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요구 드센 물결

입력 2004-12-15 14:02:05

대의원회, 내년 예산"방만하다"속속 부결

방만한 운영과 인건비성 경비의 과다책정으로 해마다 말썽을 빚던 지역농협들의 예산편성이 대의원회에서 속속 부결되는 등 조합원과 농민단체들의 농협 개혁요구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농협들은 그동안 수익금 대부분을 임금·퇴직금 등 인건비성 경비로 지출하면서도 조합원들을 위한 지도사업비 등의 경우 편성만 해놓고 경영상태에 따라 지출하는 예비비 성격으로 운용해 조합원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사왔다.

상주 ㄴ농협 경우 이달 초 대의원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조합원 자녀 장학금 지원을 100만 원만 책정한 반면 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은 1천800만 원을 반영하고 매출이익과 판매·관리비 비율이 105%에 이르도록 편성했다가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다.

이 농협은 올해 벌어들인 총 수익금이 16억1천300여만 원인데 반해 판매·관리비로 16억2천400여만 원을 지출해온 데다 임금과 퇴직급여, 인건비성 경비 등 급여가 14억여 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직원 임금 삭감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ㅅ농협도 내년도 자녀 학자금 지원액이 1억700만 원인 반면 조합원 자녀 장학금은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조합장을 비롯한 간부 직원들의 인건비성 경비가 과다책정됐다면서 대의원회가 예산(안)을 부결시켰다.

또 ㅇ농협과 또 다른 ㅅ농협도 대의원 총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부결해 협의가 진행중이다.

이밖에 일부 농협은 주5일근무제 실시 이후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은 연월차 휴가 보상금으로 2억~3억 원씩을 책정해 비난을 사고 있으며 직원이 전원 5급 계장 이상 간부들로만 채워져 고비용 저효율 인력운영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의성지역에서도 ㅂ농협 등 일부 농협이 조합장 성과급을 추진하다가 임금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대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부결됐다.

또 ㅇ농협 등 4개 농협에선 조합장 임금안이 가결되지 못하고 내년 초 정기총회로 넘겨졌다.

의성군농민회 정용선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각 농협의 임시총회를 들여다보면 농협개혁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라면서 "쌀 개방문제가 어느 정도 매듭되면 농협개혁과 관련한 일들을 되짚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한 간부는 "쌀 수매가 인상과 이용 고배당 등 농민단체에서 요구하는 개혁안을 최대한 수용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라면서도 "단순한 숫자로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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