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野, 차기집권 이런식으로 안돼"

입력 2004-12-13 16:05:46

"이념.색깔공세에서 벗어나야" 고언

한나라당 소속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인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13일 당의 정국대응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당의 기본틀을 바꾸는 자기혁신없이는 차기집권은 회의적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손 지사는 이날 낮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대화의 절반 이상을 경제문제에 할애하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도정 운영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예로 들면서 한나라당의 수권을 위한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은 1970년대 근대화, 산업화 세력이 권위주의의 보호를 받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젠 권위주의와 부정부패, 정경유착의 껍데기만 남았다"며 "차기집권은 당의 절체절명 과제이나 이런 식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은 시장과 세계화,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표방하는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세력으로 주도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새 피와 젊은 피를 수용하더라도 낡은 틀로는 안되며 당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으로 리더십 경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세계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은 평화이지만, 대한민국 지도자의 첫 덕목은 시장에 대한 신뢰"라고 자신의 '비교우위'를 은연중 강조했다.

손 지사는 "이 정부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1980년대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맹목적 분배 평등주의로 돌아가 이념적 대결로만 가는 것은 병폐"라고 지적한 뒤 "한나라당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국현안과 관련해 손 지사는 한나라당의 국가보안법 대응방식에 언급, "여권이 국보법 폐지를 벼랑끝으로 몰아붙였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대응해선 안된다"면서 "대안을 내놓고 투쟁하고 협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과거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에 대해서도 "더이상 이념논쟁으로 편가르기 하는 행태에 말려들어가선 안된다"면서 "국민은 정치권에서 싸움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 중에서도 색깔논쟁을 제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보법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인 게 공정거래법 통과"라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시 한나라당이 수정안조차 내지 않은 데 대해서는 "'4대입법'에 매달리느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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