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봉화 석포초교

입력 2004-12-13 11:27:53

우리 학교는 경상북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위치한 산간 벽지에 있다. 여기서는 교통이 불편해 학원을 가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놀이 시설도 없어 항상 심심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학교 도서관이 새롭게 변신해 너무 즐겁다.

책도 많이 볼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가끔은 선생님과 함께 학교 뒷산을 올라가기도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문을 연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밤새워 책을 읽던 날이었다. 지난 6월 25일 금요일에 '밤 새워 책읽기' 체험 행사가 열렸다. 평소 아침 자습 시간이나 점심 시간, 방과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책을 읽어왔기 때문에 책 읽기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밤을 새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밤 새워 책읽기에 참가한다는 명단을 내놓고는 빨리 그날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오후 6시 30분이 되기 전에 한두 명씩 도서관에 들어서더니 어느새 도서관의 그 많던 자리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 혼자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함께 밤을 새울 친구들과 형, 누나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데 짜증도 많이 나고 귀찮고 힘도 들었는데, 두어 시간 후에는 그런 느낌들이 어느 샌가 사라졌다. 얇은 책 한 권과 오백 몇 쪽 짜리 경제 이야기책을 맛있는 과자를 먹어치우듯이 전부 읽은 뒤에 도서관에 있는 책도 한두 권 정도 더 읽었다.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책 괴물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듣고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 말 속에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밤 11시 30분이 되자 선생님들이 간식으로 컵라면을 끓여주셨다. 늦은 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라면의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 꼬들꼬들한 라면의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난 후 '백 투 더 퓨처'라는 영화를 봤다. 남자 주인공이 머리가 하얀 박사님과 함께 이상한 비행기(타임머신)를 타고 과거로 날아가 문제도 많이 일으키지만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되돌려 놓는 내용이었다. 참 재미있었다.

그 날 밤새워 책읽기 행사를 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아빠, 엄마와 함께 학교로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관까지는 거리가 멀어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돼 너무 신이 났다.

엄마도 학교 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했다. 내가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학교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며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특히 밤새워 책읽기 행사는 친구들과 밤새 함께할 수 있어서 내년에도 다시 한번 도전해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

김완식(봉화 석포초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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