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원·보좌진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입력 2004-12-11 10:38:44

11일 토요일. 주말이면 의례히 각종 행사 참석을 위해 지역구를 찾던 대구·경북 의원들이 이날은 지역구가 아니라 국회 법사위 회의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대구지역 의원들이, 오후8시부터 일요일 오전 8시까지는 경북 의원들이 법사위를 지켜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각 지역별로 조를 나눠 회의실을 지키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날 점심을 대신해 일부 의원들은 김밥을 먹으면서 지역구 사정을 털어놨다.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정기국회 때문에 못 가고, 법사위 때문에 못 가고… 지역구 행사를 밥먹듯이 빠져 행사 관계자와 지역 어르신들께 꾸중을 듣고 있다"며 "그렇다고 혼자만 중간에 빠질 수 없어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도 "지역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부탁 받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로비하기로 했는데 손도 못대고 있다"며 "밤샘 비상대기령으로 당력은 강해질 수 있지만 지역은 손해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심에 찬 의원 중에는 최근 여야 공방의 핵심에 서 있는 주성영 의원 만큼 마음 고생이 큰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오히려 법사위 회의장에 있는 것이 집보다 편하다고 한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나를 하도 때려 부인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보좌진의 고생도 마찬가지. 지역에 집이 있는 보좌관들은 '주말부부' 수준을 지나 이제는 '기러기 아빠' 수준이다.

지역에 있던 의원 보좌진중 일부는 모시는 의원이 의원이 밤샘을 하는 법사위에서 보초를 서다 새우잠을 자기도 한다.

대구에 집이 있는 한 보좌관은 "정기국회 개회부터 서울에서 하숙 생활을 시작해 폐회되기만을 기다렸는데 국보법 충돌로 인한 비상대기령에 밤마다 먼 산만 쳐다 보는 신세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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