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정치적 술수 이용해 뒤통수 쳤다"

입력 2004-12-10 16:01:40

여야는 10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의 파병기간

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파병연장동의안이 전날 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서로 "약속을 위반했다"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전원위원회 개최와 동의안 표결 처리 약속을 한나라당측이 일방적

으로 어겼다고 비판한 반면, 한나라당은 우리당측이 파병동의안 처리를 약속하고도

내부 반대의견으로 전원위까지 소집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고 반박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파병연장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뒤 본회의

장 단상에 올라 "한나라당은 전원위 개최에 동의한 뒤 의총을 열겠다며 30분간 정회

를 요청해 이를 양해했으나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며 "정치적 술수를 이용해 뒤통수

를 치는 행위이며 정략적으로 중요안건 처리를 무산시킨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도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합의를 해놓고

도 전원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안보를 내세우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얘기했던

한나라당이 의도적으로 동의안을 무산시킨 것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기고 본회의에 불참한 것

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신의를 지키는 측면보다 어찌 하면 우리당을 고난에 빠뜨려

국민의 지지를 잃게 하고 정치를 이끌어나가는데 곤란을 느끼게 해서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나쁜 측면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성과를 올린 데 대해 상처주고 흠집내려는 의도 외에 뭐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파병반대

파 여당의원 60여명이 주동해 전원위를 소집했으나 여당 지도부는 이들을 자제시키

려 노력하지 않았고, 우리가 수차례 문제제기를 하니 정기국회 마지막 날에야 동의

안을 올렸다"며 "여당과 노 대통령이 파병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 지 의

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천 원내대표는 전원위원회 개최 결정을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았

다"며 "뜻이 있다면 국민과 야당의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파병연장동의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여당이 반대하는데 굳이 야당이 나서서 도와줄 필요

는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이 파병에 반대한다고 들었는데 여당은 '이중

플레이'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심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석 원내부대표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 중에서 80여명이 전원위에서 반

대토론하겠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임태희(任太熙) 대변인도

논평에서 "중차대한 국정과제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놓고 '이중플레이'를 하

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전원위에 불참한 민주노동당도 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우리 요구대로 전원위를 연다고 했다가

한나라당의 의총 요구를 받아들여 2시간이나 허비하게 했다"며 "이 때문에 반대토론

시간도 줄어든 형식적인 전원위를 마친 뒤에 동의안을 통과시키면 파병반대가 당론

인 우리가 앉아있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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