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있어서야

입력 2004-12-09 14:08:36

대구와 포항의 R&D(연구'개발) 특구 지정이 미궁 속에 빠졌다. 정부가 제출한 폐쇄형 R&D 특구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법안 심사 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과기부 장관을 찾아 '과학연구단지와 정부 출연 연구소가 있어야 한다'는 특구 지정 요건 완화를 요청, 구두 약속을 받아냈다고 하나 특구 지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렇게 된 것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특구 추진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기정위에는 이해봉 위원장을 포함해 대구 출신 의원만 4명이 포진돼 있다. 그러나 특구 지정 요건 조항 삭제(이 위원장), 대덕을 먼저 특구로 지정한 뒤 대구'포항을 '예비 특구'로 지정하는 '예비 특구법' 지지(서상기 의원), '개방형 특구법' 고수(강재섭 의원)로 입장이 갈렸다. 지역 의원끼리도 통일된 의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구시는 계속 '뒷북'만 치고 있다. 포항시가 앞서 특구 지정 추진에 나서자, 뒤늦게 '같이 나눠먹자'며 끼어들었다. 과학연구단지와 정부 출연 연구소라는 특구 지정 요건이 정부 법안에 포함되자, 이번엔 성서공단과 달성1차산업단지를 묶어 '과학연구단지'로 과기부에 신청하겠단다. 과기부나 정치권의 추진 동향조차 탐지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특구 지정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방 분권을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 없다.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있는다고 해서 감이 저절로 입에 들어오는가. '참여 정부'도 지역이 스스로 혁신 역량을 갖추고 지역 발전 전략을 독자적으로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지방 정부와 지역 정치인들이 손 놓고 있는데 중앙 부처가 먼저 지원하겠다고 하겠는가. 무능하고 한심한 시 정부와 국회의원을 둔 대구시민만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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