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흙공원을 조성하자

입력 2004-12-09 13:35:26

'건강하게 잘 살자'는 인간의 염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데 유독 요즘 각광받는 웰빙 붐은 그동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만 보며 살아온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웰빙의 유행은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먹고, 보는 엘리트체육에서 직접 참여하는 생활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생활문화의 변화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기농 채소와 마라톤 붐이다.

하지만 웰빙 실천의 한 방법으로 흙 공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도심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육체적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정신적 위안을 주는 흙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흙은 모든 생물의 존재 터전이요, 먹을거리의 바탕이기에 땅 위에 사는 모든 생물은 지기(地氣)를 받고 살아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오늘날 도시인들은 콘크리트에 포위되어 하루에 한번이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흙을 밟아보기 힘들 만큼 회색문화 속에 살고 있다

흙을 밟지 못함으로써 현대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흙 테마공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흙코스(황토흙·찰흙·갯벌·모래흙·밭흙·물흙 등)를 개발해 맨발로 살아 숨쉬는 흙을 직접 밟으면서 발의 건강과 지기를 얻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곡식을 심기 위해 방금 갈아엎은 흙에서 느끼는 풋풋함과 싱싱함을, 모내기하기 위해 마련한 무논에서 어머니 품속 같은 아늑한 원초적인 포근함을, 깊은 산속 낙엽이 쌓인 곳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흙을 발이 빠지도록 푹푹 걸어보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흙을 밟아보고 흙의 소중함을 되찾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 도시인의 딱딱하고 굳은 사고와 신체를 풋풋하고 살아 숨쉬는 자연과 인간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보는 것도 웰빙시대에 좋을 것 같아 제안해본다.

이상일 신용보증기금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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