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 변화 반영…근대형법체계 갖춰
북한이 지난 4월 5차 개정한 형법은 경제범죄를 중심으로 다양한 죄목을 신설해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조문에 명시, 근대형법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재산권 침해범에 대한 형량을 높인 점, 미성년자 노동 금지조항 등을 통해 인권보호를 강화한 점, 개방화와 외부 접촉자 증가에 따른 퇴폐문화 유입과 관련된 처벌을 대폭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개정 형법은 우선 제6조에서 죄형법정주의를 명시하고 기존에 모호한 표현이 많았던 죄목을 세분화, 구체화하고 용어도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기존 8장 161조에서 9장 303조로 양적으로 크게 보강됐다.
이 가운데 개인재산을 강제로 빼앗을 경우 과거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던 것을 정상이 무거운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로 높인 것을 비롯해 절도와 공갈, 사기 등 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경제관리질서 침해죄'가 과거 18개 조항에서 이번에는 99조에서 172조까지에 걸쳐 74개 조항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영향도 있지만 기존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규정으로는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다양해진 경제행위나 부작용을 포괄하기 어려워 법으로 상세히 규정, 경제질서를 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중국 등 타국과의 무역이 급증하는 추세도 반영했다
예컨대 외국투자기업 외국인이 고의로 세금을 미납했거나 적게 냈을 때 처벌하는 탈세죄와 상표권 침해죄를 신설한 것을 비롯해 불법 상행위죄, 거간죄, 수출입질서위반죄, 고리대죄 등 죄목을 큰 폭으로 늘렸다.
또 밀주죄, 난방열 도용죄, 전력사용질서 위반죄, 불법 외화벌이죄, 국가납부금 미납죄, 품질감독질서위반죄, 양어사업질서위반죄, 종자생산·공급·이용질서 위반죄 등 다소 생소한 죄목도 추가됐다.
서방의 인권공세를 감안한 듯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재판부의 고의적인 부당한 판정을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미성년자에 대해 노동을 시키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종업원을 내보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것이 해당된다
또 탈북자 처벌 수위 완화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퇴폐적이고 색정적이고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과 CD 등을 허가없이 수입하거나 이를 봤을 때, 반국가방송을 듣거나 전단을 보관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은 외부와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느슨해진 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 역시 내용이 구체화·세분화됐고 강화된 인상을 준다.
실제 국가전복음모죄의 경우 과거 '무장폭동을 조직한 것 같은 음모에 가담하거나 참가한 자'에서 이번에는 '정변, 폭동, 시위, 습격에 가담하거나 음모에 가담한자'로 용어를 구체화했고 형량도 '5년 이상 10년 이하'에서 '5년 이상'으로 상한을 폐지했다.
아울러 반국가·반민족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앴다.
선문대 윤황 교수는 "7·1조치 이후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이윤추구나 시장 다원화, 개인 영업행위 증가 등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 제도를 정비한 것이 눈에 띈다"면서 "아울러 체제 결속을 위한 사법의지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