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으로 가는 별미여행

입력 2004-12-08 12:13:04

살판 난 酒黨'식도락가들

대구와 포항을 잇는 고속도로가 7일 개통됐다. 대구에서 포항까지 승용차로 40분. 대구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약속장소를 포항으로 정해 저녁을 먹고 바닷바람도 쐬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다. 성큼 다가선 포항. 그만큼 동해안의 다양한 먹을거리도 우리 곁으로 더 다가왔다. 여기다 배부른 몸 뜨거운 온천물에 녹였다 오면 금상첨화. 한나절 코스인 포항으로 맛있는 여행을 떠난다.

◇ 얇게 썬 회에 고추장 곁들인 물회

포항의 첫 맛은 물회다. 횟집마다 '물회 전문'임을 내세운다. 그만큼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남구 연일읍 연일물회식당(054-285-5281)은 최태규(45)씨가 15년째 하는 물회전문집이다. 각종 매스컴에 많이 소개돼 점심시간엔 자리가 비좁을 정도. 얇게 썬 회에다 배, 오이, 상추, 파, 생강 등을 첨가한 뒤 깨소금, 참기름을 얹고 고추장을 곁들여 내놓는다. 물을 알맞게 부어 비벼서 떠먹는 맛은 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집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만을 사용한다. 밑반찬으로 내놓는 밥식혜 만으로도 이 식당을 찾을 만하다. 1인분에 1만원.

◇ 시장서 싱싱한 횟감 직접 골라

포항의 대표음식인 회를 싼값에 즐기고 싶다면 죽도시장을 찾으면 된다. 다만 몇년전 죽도시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새롭게 바뀐 회 상가를 보고 놀랄 만하다. 그래도 이곳의 바다냄새와 아지매들의 활기찬 사투리, 퍼덕이는 고기, 곳곳에서 흥정하는 소리 등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식당에 앉아서 편하게 회를 주문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직접 골라먹는 재미에는 못미친다. 싱싱한 횟감을 골라 사면 바로 회로 다듬어 양념과 함께 내준다. 물회'횟밥 양념값은 보통 1인당 3천원. 좌판 156곳과 식당 74곳이 성업중이다. 둘이서 3만원 정도면 회와 매운탕까지 맛볼 수 있다.

◇ 옆사람 눈치 봐야 될 고래고기

시장 안쪽 할매고래집(054-241-6283)과 옆집의 왕고래집(포항수협중매인 93호'054-247-2552)으로 가면 좀 더 독특한 포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포경업은 금지된 상태지만 정치망에 걸려오는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고래고기 요리는 육회와 수육. 1접시에 1만~3만원으로 특유의 냄새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거북할 수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하다면 이곳에서 가까운 구룡포돌문식당(054-276-2705)의 고래고기도 괜찮다. 상등품인 참고래를 재료로 써 가격이 비싸 옆사람 눈치를 보면서 먹어야할 정도다. 삼겹살과 비슷한 모양인 우네(가슴부위)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우네 1접시 3만5천원으로 비싼 편. 수육 4만원.

◇ 물곰탕은 숙취해소용으로 최고

해장국으로는 물곰탕 만한 게 없다. 북부해수욕장 앞의 설옥아구탕물곰식당(054-249-6969)의 물곰탕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토박이들이 숙취해소용으로 많이 찾는다. 물곰은 살이 부드러운 정도를 넘어 흐물흐물하지만 해장국 뿐 아니라 식사용으로도 괜찮다. 물곰탕 7천원.

◇ 과일 넣은 육수에 국수 말면…

환호동의 환여횟집(054-251-8847)은 물회국수가 유명하다. 원래 이곳에서 물회국수를 하던 분이 포항시내쪽으로 옮겨간 뒤 올해 김은주씨가 영업을 이어받아 물회국수의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맛의 비결은 육수. 배와 사과 등 과일 외에 여러 가지를 넣어 새콤,매콤,달콤한 육수에 국수를 말면 색다른 식도락을 경험할 수 있다. 살짝 얼린 육수는 파도소리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원한 맛을 더한다.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한그릇에 1만원(여성들이 먹는 작은 그릇은 7천원).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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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새롭게 단장한 포항 죽도시장 회 상가. 이곳에서는 횟감을 직접 골라 양념값을 주고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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