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경북공고의 사랑 나누기 프로그램이 연말 들며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실업계 고교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 문제로 방황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 경북공고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천100여명의 학생 가운데 30%가 넘는 340여명이 이른바 위기가정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대로 두면 중도 탈락하거나 폭력 또는 비행 학생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것. 하지만 저소득층, 편부모, 소년소녀가장, 부모 이혼 등 원인도 다양해 개별적인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북공고는 이런 실정을 감안해 올 초부터 대대적인 사랑 나누기 행사를 계획했다.
교사와 학부모, 동문들이 이 학생들과 사랑의 고리를 맺고 상담하며 격려하는 자리를 수시로 갖는 한편 기금 조성을 통해 물적인 지원도 풍성하게 만들었다.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 교사들까지 기금 조성에 팔을 걷어붙여 지금까지 100여명이 쌀, 난방비, 장학금 등을 받았다.
연말 지원도 적잖을 예정. 2학년생들의 제주도 수학여행 때는 여행경비와 간식비 등이 70여명에게 지원돼 전원 참여가 가능했고, 수련회 역시 53명의 경비를 전액 지원해 모두가 참가했다.
35명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여름방학 때 안동에서 여행과 래프팅을 하는 사랑의 캠프도 열렸다.
캠프를 다녀온 1학년 우수지양은 "래프팅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너무나 즐거웠다"며 "선생님과 선배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은 학교 밖까지 이어졌다.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다니며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서 하는 학생이 늘어났고, 학생들이 모은 성금도 여러 복지시설에 전달됐다.
학교는 조만간 홀몸노인 100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도 크게 열 계획이다.
일년 동안 사랑 나누기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행된 결과 결석, 조퇴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흔히 일어나던 싸움, 학교 밖 폭력사건 등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로 돕는 과정에서 절약하고 감사하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은 것도 큰 성과.
예상진 교장은 "학교가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가정과 부모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구성원들 사이에 자연스레 생긴 덕분"이라며 "돕는 학생이든 도움을 받는 학생이든 교육적 효과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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