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싸움'에 '멍드는' 지역 현안

입력 2004-12-04 10:30:10

정치권의 팽팽한 기싸움이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물론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본회의 개회를 놓고 밤샘 줄다리기를 벌인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외유를 준비 중인 의원들의 출국을 막는 한편 국회의원 출신 국무위원들도 새벽까지 본회의장 주변에 대기시켰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은 지역 현안을 위한 외국행을 포기하는 한편 국무위원들은 멍하니 당 지도부 지시만 기다리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나라당 이명규(李明奎) 의원의 경우 최근 지역현안으로 부상한 '세계 엘리트모델 대회' 대구 유치를 위해 이날 오후 상해로 떠날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남경필 원내수석 부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전화로 '비상 대기령'을 내렸던 것.

이 의원은 "산자부로부터 보고받은 '대회 유치가 기대만큼 사업성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부정적인 입장에 대해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당 사정을 뿌리치고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현역 국회의원 출신 국무위원들은 국회 주변에서 이날 심야까지 허송세월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단독 개회를 주문해 놓은 열린우리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전원 소집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외유에 나선 의원이 3명이나 돼 국회의장과 국무위원 전원이 참여하면 149석이 되고 무소속 의원 1명만 포섭하면 원내과반수가 되는 상황이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3일 "한나라당이 먼저 약속을 어겼으므로 본회의 개회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국무위원들도 심야까지 본회의장 주변에서 대기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은 못 살겠다고 솥을 던지는 마당에 국무위원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나라가 잘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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