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道界지역 그곳에선-(2)문장대 온천개발 갈등 재연

입력 2004-12-04 08:51:42

"온천 물로 상수원인 달천이 오염돼 청천주민은 물론 괴산군민의 건강과 생태계가 위협받을 게 분명합니다.

" "문장대 온천이 개발되면 법주사와 충북을 찾은 관광객들이 경북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 충북도가 개발반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와 맞붙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문장대온천 관광지개발사업지. 이 곳과 불과 50여m 떨어진 국립공원 속리산 용화온천 집단시설지구 조성 현장과 함께 오랜 지역간 갈등을 보여주듯 겨울 초입에 들어선 지금 갈대만이 무성한 황량한 폐허로 방치돼 있다.

하지만 그 곳에는 땅 속으로 쉼없이 흐르는 온천수에 녹아있는 지역간 갈등이 조금씩 끓어오르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활화산처럼. 상주시의 온천개발 재개 움직임에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개발저지 승리에 도취해 있던 괴산지역 주민들이 또 한차례의 기나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

상주시는 지난 7월 문장대온천관광지개발지주조합(조합장 이상단) 측이 개발허가를 재신청하자 전체 조성면적의 22.5%인 21만5천여㎡ 6만5천여평에 숙박 및 상가, 도로와 기계유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1차 사업시행을 허가했다.

지주조합 측이 대법원 지적사항인 오수처리공법을 트랜지공법에서 3FM모래·활성탄여과공법으로 변경해 오염원을 줄이고 당초 95만여㎡?개발규모를 대폭 축소해 법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개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괴산군과 지역주민들은 대법원 판결을 들어 상주시를 상대로 허가취소처분 소송과 공사정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과 집단저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루한 세월동안 끌어오다 지난해 대법원의 충북쪽 승리판결로 일단락될 것 같던 개발공방이 14개월 만에 처음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2일 현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온천공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에 세수하러 왔다"며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온천수가 나 같은 늙은이 세숫물로만 쓰여서야 되겠냐?"고 반문하며 지역이기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양쪽 사람들을 싸잡아 나무랐다.

하지만 청천면 상가번영회장인 김영관(59) 괴산군 청천면 주민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불허한 사업을 14개월 만에 지자체가 뒤집을 수 있냐"며 "온천이 개발될 경우 달천을 끼고 있는 5개 마을 400여명의 주민들은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개발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취재진은 신월천과 달천을 따라 청천면까지 내려가면서 좀 더 깊숙이 충북쪽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문장대 온천지구를 떠나 불과 10여분 정도 지나자 하천을 끼고 곳곳에 대형가든과 수련원, 괴산군이 추진 중인 산촌개발사업지구 등 개발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좀 더 하류로 내려가다 괴산군의 '환경문화 전시장'에 도착해 만난 충북쪽 주민에게서 놀라운 말을 들었다.

"온천개발저지 싸움은 특정인의 정치논리와 충북 관광도정에 주민들이 놀아난 꼴"이라는 비난이 그것. 특히 그는 "하류지역 주민들은 오랜 반대로 지역경제가 피폐해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용화온천개발을 추진해 줄 것을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충북쪽 주민대책위가 개발저지 싸움에서 이긴 전적(?)을 보존하기 위해 대책위 기금에다 괴산군의 지원금 8억원을 모아 세운 '환경문화 전시장'은 온통 문장대온천개발저지 투쟁일지를 전시해 놓고 있었다.

수백여개의 솟대와 장승, 거대한 조형물, 기념비에다 기념관이 들어서 있고 군청에서 직원 1명이 파견 근무 중이었다.

문장대온천 개발추진을 주장하는 김병호(57·상주시 화북면)씨는 "과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도지사와 정치인까지 동원될 정도로 온천개발의 폐해가 심각한지를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며 "전국에 숱한 온천이 개발운영되고 괴산군도 소규모 온천공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어 그들의 반대는 당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장대 온천개발지와 불과 30여분 거리인 속리산 법주사 주변 상가 운영자들은 하나같이 온천개발을 찬성했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식당주인은 "온천이 개발되면 법주사와 문장대를 오가는 관광객들이 지금보다 훨씬 늘 것"이라며 "괴산의 소규모 온천이나 수안보로 가던 관광객들이 경북지역 문장대온천으로 빠져 나갈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충북 주민들의 엇갈린 반응과는 달리 괴산군은 지난 1일 분쟁 당시 청주지방법원의 판결내용 수집과 변호사, 대학교수, 환경단체 등에 자문을 하는 등 법리해석과 재허가에 따른 문제검토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패소 요인인 오수처리공법에 대한 변경과 권리보호차원에서 재허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분쟁 당시 충북쪽은 '문장대와 용화온천이 있는 상주시 화북면 운흥·중벌리 주민들이 충북도로의 편입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여론을 퍼트려 자신들이 온천지구를 탐내고 있다는 속내를 은근히 보였다"고 전했다.

상주시의 개발론에 맞선 괴산군의 저지론에 따른 장기법정싸움으로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쪽 지자체의 갈등이 혹여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며 지역경제와 삶이 보다 나아지길 기대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거스르지나 않는지 심각하게 곱씹어 볼 때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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