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버스…휘청거리는 승객

입력 2004-12-02 16:03:06

(르포)버스요금 인상 그 후…서비스 부재 여전

대구 시내버스 요금이 평균 11% 오른 지 40여일. 어려운 살림살이를 감안하면 큰 인상폭이었지만, 시민들은 대구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의 서비스개선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과연 서비스가 좋아졌는지 현장을 점검했다.

▨ 흔들리는 버스, 휘청대는 승객

1일 오후 칠성시장 앞. 242번 시내버스 문이 열리자 한 할머니가 보따리 3개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요금을 내기 위해 주섬주섬하는 사이 버스가 출발했고, 할머니는 '어이쿠'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다. 간신히 다른 승객의 팔을 붙잡고 일어선 할머니는 항의 한마디 못했다.

승객 안모(32·수성구 만촌동)씨는 "출퇴근길에 버스기사가 휴대전화를 받으며 난폭운전을 하는 모습을 숱하게 봤다"며 "뒷자리 승객이 제발 조심하라고 당부할 정도"라고 했다.

주부 이모(44·북구 대현동)씨는 "승객이 다 내리기도 전에 문을 닫고, 하차벨을 미처 못누르면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 한두 정거장씩 걸어오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출발하거나 정차할 때 승객들은 손잡이를 잡고 중심잡기에 바쁘다.

낯선 노선을 이용할 경우 내릴 때까지 내내 불안하다. 도무지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서울이나 부산과 달리 대구 버스에는 노선 지도가 없다. 대신 방향조차 알 수 없는 30여개의 버스노선도가 깨알같은 글씨로 출구 쪽에 달랑 하나 붙어있을 뿐이다. 그저 안내 방송으로 짐작하거나 옆사람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남아있던 버스노선 안내기도 철거된다. 아는 사람만 탈 수 있는 게 대구 시내버스다. 김일섭(62·북구 침산동)씨는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방송도 안 들리고 어디쯤 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고 했다.

618번과 425번 시내버스는 아예 안내방송도 없이 라디오만 흘러나왔다. 심지어 잔돈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등학생들을 타박하는 버스기사도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가 출입문 앞에서 "○○으로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해요?"라고 물었지만 운전기사는 들은 척도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시민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문제는 운행시간.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중구 2·28기념 중앙공원 앞 버스정류장. 11대의 버스가 지나는 이곳에서 시민들은 기약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601번 좌석버스의 경우 3시17분에 이어 3시21분에 한 대가 들어왔지만 서지 않고 가버렸고, 3시50분쯤 다음 버스가 왔다. 17분 버스를 놓친 시민은 무려 33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9분 간격인 939번 시내버스도 3시12분, 3시22분, 3시38분 등으로 운행이 뒤죽박죽이었다.

정차불이행도 다반사였다. 3시39분쯤 425번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자 한 승객이 뛰어 쫓아갔다. 김모(26·수성구 만촌동)씨는 "425번 버스는 운행간격이 짧은 탓인지 내리는 승객이 없으면 자주 지나친다"며 "요금은 올랐는데 도무지 서비스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화를 냈다.

40대 여성 2명은 정차하지 않는 버스를 뒤쫓아가며 차 꽁무니를 손바닥으로 쳤고, 시민들은 정류장에서 먼 거리에 정차한 차량을 쫓아가다 놓치기도 했다. 주부 이모(43·남구 봉덕동)씨는 "버스 정류장 팻말 아래에 서 있다보면 10여m 앞에 차를 세운다"며 "힘들게 쫓아가면 어느새 출발해 버린다"고 했다. 기자가 승객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105번 좌석버스는 1차로를 쏜살같이 달려가 기다리는 사람을 허탈하게 했다.

▨ 서비스 개선은 과연 언제쯤

취재팀이 이날 1시간동안 54대의 시내버스를 지켜본 결과, 정류장이 아닌 차로 안쪽으로 정차한 것이 20대, 운행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 17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것이 4대였다.

요금 인상 이후 전국버스공제조합 대구지부에서 매일 오후 버스정차질서 확립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은 역시 어지러웠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오른 요금을 꼬박꼬박 내는 시민들은 차로 중간까지 나가 시내버스를 타야하고 운행시간을 지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불편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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